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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자 농부 Oct 21. 2021

아아와 켄타우로스 7화

아이들은 병진에게 궁금한 것이 많다.

곁에 다가온 샤이아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병진은 재빨리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혹시 휴대폰 충전할 수 있을까요?”


샤이아는 그를 가운데 위치한 통나무집으로 안내했다. 들어가자 왼쪽 끝에 작은 부엌이 있었고 나머지 공간은 거실 겸 응접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되었는지... 물어봐도 돼요?”


“카우아이에 온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어요. 새벽에 목이 말라 일어나려는데 다리가 저 멀리, 네 개나 있었죠.”


“전날 특별한 걸 먹었다거나, 외계인을 만났다거나 그런 일은 없었어요?”


“네, 외계인들이 기억을 삭제한 게 아니라면?”


“아프진 않았어요?”


“안 아팠어요. 그냥 저건 내 엉덩이고 이것들은 다리인데 다리가 네 개라 좀 어색하고 꼬리는 처음이라 아직도 쉽지 않아요.”


꼬리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다가 탁자를 치자 샤이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알렉스와 케일라도 들어와 부엌 쪽으로 향했다.


“저기 있는 과일이나 채소는 마음껏 드셔도 되고, 시리얼도 양껏 드세요.”


병진은 시리얼 그릇에 사과와 바나나, 당근을 가득 담아 허겁지겁 먹었다. 어제저녁부터 굶은 셈이라 거대한 몸집의 켄타우로스는 허기진 상태였다. 식사를 마치자 아이들은 아드레날린과 졸음이 뒤범벅된 상태에서 일단 잠을 먼저 해결하기로 했다. 알렉스와 케일라가 왼쪽 날개에 위치한 각자의 통나무집으로 들어가고 샤이아 마저 맨 오른쪽 통나무집으로 사라지자 병진은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긴장도 내려놓았다. 샤이아의 집엔 지붕에서 시작되는 나선형 미끄럼틀이 설치되어 있었다. 다시 인간이 되면 꼭 타보아야지. 아이들의 부모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병진은 오랜만에 평범한 질문을 떠올렸다. 그것보단 언제 돌아오는지를 걱정해야겠지만.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인스타그램을 열자, 친구 주호가 갓 태어난 쌍둥이 아들 둘을 안고 찍은 사진이 올라와있었다. 박수와 폭죽 이모지에 서울 가면 보자. 축하주 산다. 댓글을 달았다. 이일로 연락할 순 없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엄지로 화면을 내렸다. #300일기념 #호텔뷔페. 대학 동기 수찬이 여자 친구와 300일 기념 식사를 하는 동안, 자신은 반인반마가 되어 하와이에 있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시발. 병진이 낮게 읊조리는 가운데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빌리야, 그 사진 좀 다시 보여줘 봐.”


“엄마 잠시만, 샤이아! 나 왔어. 다들 어디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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