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진은 두 번째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가 숲으로 향했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니 숲 안쪽은 꽤나 어두웠다. 키가 거의 배는 커졌음에도 막강한 나무들 곁에서 병진은 움츠려 들었다. 나무들은 힘차게 가지를 뻗어 하늘을 대부분 가렸다. 다만 나무와 나무 사이, 마치 누가 오려낸 듯 틈이 있어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덕분에 키 작은 나무와 땅 가까운 곳의 수풀, 이끼에도 빛이 닿았다.
이십이. 이십삼. 알렉스의 걸음을 생각하면서 발자국을 세고 있는데 길 주변에 하늘색 장난감 자동차, 노란색 리본, 색색의 풍선 조각, 은색 크레용 등이 눈에 띄었다. 상체를 뚫고 나올 기세로 뛰던 심장이 그제야 조금씩 잦아들었다. 다시 시선을 앞발에 두고 스무 걸음쯤 더 가자 눈앞에 큰 바위가 나타났다. 미국인들에게 점령당하기 전 하와이 원주민들이 제의라도 치르던 바위일까. 켄타우로스가 두 마리였대도 거뜬히 숨을 만한 크기의 바위엔커다란 괴물이 발톱으로 긁어놓은 것 같은 줄무늬가 세줄 새겨져 있었다. 병진은 천천히 쓰러지듯 옆으로 누웠다. 팔베개로 머리를 받치고 조각난 하늘을 바라보자 눈이 부셔 저절로 눈이 감겼다. 꼭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새소리가 들려왔다.
“비엉진, 우리예요, 우리!”
알렉스의 목소리에 눈을 떴으나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다다다다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어제부터 욱신거리던 어깨 쪽이 뻐근해 살펴보니 팔이 있던 자리에 날개가 돋아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팔을, 아니 두 날개를 퍼덕였다. 윤기 나는 털이 날개 끝까지 돋아나 있었고 빛을 받아 반짝였다.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니 한쪽 날개의 면적만으로도 몸통을 다 덮을 만한 크기였다. 자세히 보니 하체의 색도 고동색에서 호두 색 정도로 옅어져 있었다.
“와우!!! 어떻게 한 거예요? 이제 날 수 있어요?”
샤이아가 무척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넌 사과부터 해! 날개라니... 그런데 병진, 지금 sns가 좀 시끄러워요.”
알렉스는 놀라움과 다급함이 범벅된 얼굴로 병진을 바라봤다.
“빌리 엄마가...... 병진 뒷모습이 나온 사진을 sns에 올려서 사람들이 퍼 나르고, 드론 있는 사람들은 #켄타우로스를찾아서 라는 챌린지를 시작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