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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Oct 21. 2021

아아와 켄타우로스 10화

병진은 쫓아오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하와이의괴물 #하와이의켄타우로스 휴대폰 화면을 멍하게 쳐다보던 병진은 두 날개를 늘어뜨린 채, 아이들 너머 숲의 입구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덩어리 진 빛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무 말 없이 그는 걷기 시작했고 속도를 점점 올리자, 아이들은 그의 걸음을 따라잡지 못했다.


“비엉진. 어디로 가는 거예요?”


“BJ, 서 봐요!”


자신을 부르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병진은 숲의 입구를 향해 달렸다. 숲을 벗어난 병진은 속도를 더 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이내 폐의 존재감이 느껴지더니, 날카로운 쇳조각이 폐 안쪽을 긁고 지나가는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입에선 쇠맛이 났지만 그는 계속 달렸다. 절벽 쪽 울타리를 2m 정도 남겨두었을까. 뒷발로 있는 힘껏 땅을 차올리자 몸이 붕 떠올랐다. 어어어. 날개가 있되 나는 법을 배운 적 없는 그는 당황해 애꿎은 네 발로 허공을 갈랐다. 중력은 정직해서 그의 몸은 빠른 속도로 바다에 가까워졌고, 순간 그의 눈앞엔 주마등처럼 자전거를 처음 배웠던 날, 온 가족이 바다에 놀러 가서 조개를 잡았던 날, 운전하다 눈길에서 미끄러져 죽을 뻔했던 날이 차례로 지나갔다. 뭐야 진짜 영화 같잖아. 정말 끝인가. 병진이 이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두 팔, 아니, 두 날개를 버둥거리는 것뿐이었다. 몇 번을 뒤뚱거렸을까, 균형을 맞추려 애쓰던 병진의 몸뚱이는 뒤뚱거리며 솟아올랐다. 날개 끝에 묵직한 공기가 느껴졌다. 병진이 정신을 집중해 날개를 위아래로 크게 다시 한번 움직이자 이번엔 그의 의지에 따라 몸이 떠올랐다.


“와, 된다.

병진은 바람을 타는 게 바다 수영과 닮은 구석이 많다고 생각하며 날개를 천천히 저었다. 온몸으로 달려드는 공기의 흐름을 느끼며 그는 폐에 가득 숨을 채우고 내뱉었다. 날갯짓을 할 때마다 바람이 거세졌지만 시원했다. 병진의 머리카락인지 갈기인지 모를 윤기 나는 은빛 털들이 그가 나는 반대방향으로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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