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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상 Jul 16. 2024

슬픔의 근원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며 살기

                                                        <소설 마당 깊은 집> 리뷰 

<마당 깊은 집>은 1988년에 발표한 김원일이 쓴 장편 소설이다. 요즘 수능이나  논술시험에도 나오는 잘 알려진 소설이다. 내용은 6.25 전쟁 직후, 대구 중구가 배경이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 한 집에 여러 세대가 같이 세 들어 살던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다.



                                                                          *

  나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부모님 세대는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가족의 죽음과 이별, 가난 등 힘들었던 시기를 보냈다. 그 세대 밑에서 자란 나도  부모님 세대의 풀지 못한 한과 슬픔, 두려움에 대한 정신적, 심리적 영향은 받았다.

또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크게 잘 살게 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경제적, 문화적으로 많은 발전을 하면서 큰 변화를 겪었다. 


  이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  기억이 난다. 이때보다는 약간 나았지만,  비슷한 환경이었다. 한 집에 2,3 집이 세 들어 같이 살았다. 당시 사람들은 대체로 가난했고 사납기도 해서, 낮에는 시장에서, 밤에는 가정집에서 싸우는 소리도 자주 들렸다.


  나는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도 다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님은 50, 60년대의 사고방식과 생활태도로 사셨다. 부모 세대의  불행을 나에게 다 쏟아냈다. 내가 행복하지 못하게  전생에 사명이라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듯했다.  나는 그 영향을 받아 우울하고 불행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아버지는 좋아하고 칭찬해 주지 않았다. 친구 딸은 고등학교만 나와 취직해서 아버지 용돈 주고 해외여행도 보내준다고 한탄했다.  대학을 뭐 하러 가냐고 화를 냈고, 대학 보낸다고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공부하는 것은 쓸데없고, 기술을 익혀서 돈을 벌어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장래를 걱정해서 미용이나 양재 같은 오래 일할 수 있는 기술을 차분하게 가르칠 생각을 했던 것도 아니다.  공장에서 단순노동을 하거나 작은 사무실 경리나 사환 정도를 해서 돈 벌어오길 원했다. 

  돈도 없었지만 그나마 돈을 주면 '아이 버린다', 궁지로 내몰아야 '생활력이 생긴다.'라는 철학으로 용돈도 주지 않았다.  마치 이 소설에서 바느질 댁이 길남이에게 하듯, 강하게 아이를 키운다는 주장이다. 바느질 댁은 자식을 교육하려는 열의는 있었고, 자본금도 대주면서 내몰았고, 본인도 성실히 살았다. 아버지는 나를 공부시키려는 열의나 자본금을 대주지도 않았고 본인이 성실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니 그 시절을 겪어 낸 세대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겠다. 내 아픔도 달래지는 듯하다.


  전쟁영화를 봐도 그 시대 사람들이 겪은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지, 얼마나 마음속에 깊은 슬픔과 한이 많을지 짐작은 간다. 가슴속 깊은 한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생활에서 묻어나게 마련이다. 다행히 그런 불행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살아온 것이 감사하고, 그 감정이 뭔지를 알게 해 준 부모님께 그나마  감사하다. 아마도 내가 다양한 감정을 알아야 할 전생부터의 사명이라도 있었나 보다.  많은 세대의 댜양성을 경험했으니 말이다.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어도, 나에게는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은 우리 조상들의 아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지금은 그런 흔적을 치유하거나 승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 책은 그 슬픔의 근원을 어렴풋이나마 찾게 해 준다. 막연하던 것보다는 근원을 보고 나니 무언가 해소되는 느낌도 든다. 누구나 자기 삶의 중심이 되는 문제가 있다. 주로 세대를 이어가며 대물림되는 문제인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특히 부모님이 영향을 가장 많이 줄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불행을 해결하려고 마음 수행, 종교, 자기 개발서 등을 많이 찾는다.  하지만 자기의 핵심(주요)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다른 것을 통해 행복해지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수행하는 곳에 가보면 수행을 많이 했다고 하고 도(道)도 높은 척하지만 겉으로만 그런 경우가 많다. 무의식에 있는 핵심 문제는 회피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며 살지 못하고 거짓된 쾌락을 욕구하게 되는 것은 무의식에 있는 정화되지 못한 감정들 때문이다.  자신에게 있는 핵심 문제, 이슈가 뭔지를 파악하고 그 감정이나 행동패턴의 근원을 알고 느껴주고 나면 감정과 문제가 많이 해소된다. 그런 의미에서  솔직하게 글쓰기와 남이 솔직하게 쓴 글은 모두에게 치유 효과가 있어, 사념 체어 휘둘리지 않는 본연의 삶을 살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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