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23:59 02화

부엉이

by Green
@OpenAI


분명 퇴근 시간은 두 시 반이었는데 집에 도착한 시간은 아홉 시다. 자차가 없는 나는 시내버스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간만의 완벽한 휴식을 위해 본가를 방문한 나는 조금의 씹을 거리를 들고 집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소 앞 가게에 들렀다. 주인 외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초코쿠키 한 상자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그때 구석진 공간에서 갑자기 후드를 뒤집어쓴 낯선 이가 튀어나와 내 앞을 지나쳐 계산대로 향하였다. 그는 만 원짜리 지폐 세 장을 계산대에 두고 바로 문밖으로 뛰어 나아갔다. 순간 주인이 계산대 너머로부터 나타났다. 나의 손에는 초코쿠키 한 상자뿐이었고 값을 지불하지도 않았다. 주인은 내가 그 지폐를 얹은 줄 아는 표정이었다. 살짝 떨리는 손끝으로 지폐 두 장을 나에게 밀자 나는 상황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주인은 완벽히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세 장 모두를 나에게 내미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본인의 일을 마쳤다는 듯이 눈을 마주치곤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도저히 의도를 알아챌 수 없었다. 낯선 자가 지폐 세 장을 둔 이유는 가져간 물건이 정확히 세 장에 대한 가격이거나 그 이하이겠지만 아주 급한 일이 닥친 탓에 거스름돈을 받는 것을 생략했을 것이다.


나는 다시 안쪽으로 들어갔다. 난로 위의 주전자가 끓고 있었고 옆에는 방석과 작은 쿠션 하나가 있었다.


“이미 계산을 마쳤소.”


알 수 없는 표정과 어투였다. 그러나 거북함은 없었다. 나는 흥분하지 않고 편의점의 문을 열기 전의 감정을 유지하였다. 손에는 지폐 세 장이 그대로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지 못했소."


나는 그가 어떻게는 돈을 받기를 원했다. 내가 고른 물건의 값 역시 지불하기 위해 지갑에서 몇 푼을 더 꺼내려고 하였다. 순간 나는 동작을 멈추었다. 주인의 눈이 아직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멈추기보단 멈춰진 느낌이었다.


주인의 말이 끝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다. 입이 다문 형태를 유지하지 않는 것을 보아 몇 마디 더 꺼낼 것으로 보였다. 마치 그제도 나와 같은 누군가를 만난 적이 있다는 듯의 어투였다. 계속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이제 곧 나가게 될 것을 짐작하였다. 우연히 돌린 시선이 간 곳에는 언제 깠을지 모르는 귤껍질 하나와 반쯤 초록빛을 띠는 귤이 바닥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약간 흐물 해졌을 뿐 열매의 형태는 뚜렷했다.


”당신도, 나도 모두 진실을 이야기했소. 이제 그만 돌아가시오. “


순간 가게 안의 모든 물건이 살아 움직여 내 몸을 온전히 둘러싸버릴 것만 같았다. 생활용품 공간과 음식 냉장고의 위치가 바뀐 듯했다. 그대로 나는 주인의 표정에는 솔직함이 온전히 어려있음을 깨달았다.


@OpenAI


먼 길 돌아 그대로 집에 들어갔다. 평소 걸음걸이보다 느렸다. 어느 순간 나는 신발이 벗겨진 채 방 안에 앉아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포근했다. 책상 위에 놓인 부엉이 모형을 보며 나는 다시 주인의 말을 되뇌었다.


이 황량한 곳에 정돈된 옷가지를 한 채 과자 한 상자만을 집어 가는 이, 격식 없는 옷가지임에도 불구하고 예를 차리며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이곳에 터를 두고 먼 길 온 사람 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러한 이들을 위해 이곳이 존재한다는 것을 온전히 느끼며 과거의 자신처럼 바쁜 이들이든 고향을 되찾으며 여유를 되새기는 이들이든 누군가는 꼭 거쳤으면 하는 공간이었다고. 그 뜻에서 그는 온전한 지킴이었다. 단순히 물건이 교환되는 곳이 아닌 그곳은 그만의 보금자리였다. 그곳에 홀로 남아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 속의 물건은 단지 누군가가 다가와주기를 기다리고자 하는 매개일 뿐이었다. 그는 물건 대신 사람의 품위를 계산하였다.


정해진 시간대로 멈추는 버스, 먼 길로부터 내려 잠시 들른 사람들, 먼지 향이 나는 진열대와 금이 간 바닥. 그 모든 것에서 나는 그에게 말을 꺼냄으로써 온전한 온기를 주었으며 그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그 깨달음이 그에게 어떤 확신을 주었고, 그래서 그는 남기기로 했다. 계산되지 않은 믿음의 형태를 손에 잡힐 기억되는 형태의 방식으로 남기를 원했던 것이다.


손끝에 잡혔던 지폐 세 장은 어느새 없었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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