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외식하면 샐러드

writer. 김하진

by 무드이십오

나는 자주 십년지기 친구와 식사를 함께 한다.

"뭐 먹을래?" 묻는 건 늘 친구이고, 나의 답은 늘 "샐러드"이다. 난색을 보이며 "고기!"를 외치는 친구와 지지 않고 "샐러드!"를 외치는 나. 결국 고기와 샐러드의 타협안인 샤브샤브를 먹으러 갈 줄 알면서도 이 팽팽한 퍼포먼스는 빼먹지 않는다.

남자 취향부터 음식 취향까지 평행선을 달리는 우리에게 타협점이 하나라도 있다는 것은 아주아주 고마운 일이다.



내가 샐러드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밥 한번 함께 먹지 않은 친구의 어머니도, 각자 도시락을 싸 와 먹는 회사 동료도 알 정도로 자명하다. 그들 중 하나에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분명 이런 답이 돌아올 것만 같다.

"외식만 하면 샐러드를 먹자고 해요!"

놀러 갈 곳에 식당이 얼마나 많고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메뉴는 또 얼마나 다양한데,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샐러드, 포케 따위를 먹자 한다.

내 생각에도 나는 외식만 하면 '샐러드무새'가 따로 없다.


오죽하면 부서 내에서 '샐러드녀'라고 불린 날이 있는데 내가 소개팅을 나갔던 8월 쯤의 일이다.

당시 나는 친구의 지인을 통해 소개팅을 받게 되었는데, 월요일에 연락이 닿아 가까운 평일 중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했었다. 카톡 중 접선할 식당을 고르기에 앞서 소개팅 상대가 물었다.

[ 무슨 음식 좋아하세요? ]

그의 물음에 나는 아무 가식도 고민도 없이 지극히 1차원적인 답을 출력했다.

[ 저는 샐러드나 샤브샤브 좋아해요. ]

소개팅 상대는 선택지 중 샐러드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답했다.

[ 와, 제가 샤브샤브를 엄청 좋아해요. ]

추후, 이 일을 회사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모두의 '뜨악'하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특히 부서의 두 남자가 '누가 소개팅에서 샐러드를 먹자고 하냐'라고 했을 때는 몹시 당황했다.


곧장 변명하듯 말했지만, 아무리 나라도 '샐러디'에서 소개팅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 양식 메뉴 중 샐러드를 말했을 뿐이니, 샐러드 하나에 피자건 파스타건 함께 먹을 수 있었을 거다.

나에게 샐러드는 곁들임 메뉴가 아니라 메인 메뉴로 인식될 뿐인 것을 왜 몰라주는가!


*


여기까지 읽은 당신, 상상할 수 있는가? 내가 지독한 편식쟁이라는 것을.


나는 샐러드를 좋아한다. 이건 사실이다. 하지만 채소는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 또한 사실이다. 살면서 안 먹어본 채소가 많아 내가 뭘 못 먹는지 다 알지는 못하지만, 경험 상의 편식 리스트를 공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당근 : 씹을수록 베어 나오는 단물이 싫다

무 : 구린내 난다. 푹 익혀도 싫다!

셀러리 : 나는 찜질방 향이 난다고 표현한다

양배추 : 써도 너무 쓰다!

비트 : 색깔부터 식욕 감퇴

※ 채소 애호가들에게,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임을 강조하는 바이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내가 말한 채소들은 시판 샐러드엔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거의' 유일하게 들어가는 적양배추는 양상추의 싱그러움과 수분감으로 덮어줄 만한 데다, 운이 좋으면 적양배추를 넣지 않는 가게를 발견하기도 하므로.


이 글을 쓰며 알게 된 것인데, 채소는 싫어하는데 샐러드는 좋아하기 때문에 샐러드가 더 독자적이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조화로운 까닭에 내가 그것을 좋아하니까.

글을 마무리하며, 내가 샐러드를 좋아하는 이유를 나열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1. 속이 편하다. 먹고 나서 부담이 없다.

2. 양상추의 아삭한 식감, 베어 나오는 물기. 달콤 짭짤한 소스와의 궁합이 최고!

3. 연어, 스테이크, 구운 버섯 등, 토핑만 얹으면 모자람 없는 한 끼 식사가 된다. 포케도 좋은 선택!

4. 요리사 손을 타는 다른 음식과 달리, 샐러드는 신선한 재료만 잘 갖춰진다면 그럴듯한 한 그릇이 완성된다.


제일 먼저 거론한 만큼 1번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 외식을 할 때의 루트는 거의 식당-카페인데, 식사를 하고 속이 더부룩한 상태로는 한자리에 오래 앉아 수다를 떠는 게 편치 않다. 그래서 함께 오래 있고 싶은 상대일수록 고기, 면 요리보다는 샐러드가 생각나는 모양이다. 샐러드를 먹으면 카페에 가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달콤한 디저트를 먹을 여유도 된다.

그러니 사랑하는 친구들아! 내가 샐러드를 먹자는 것은 너와 오래 앉아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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