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화를 잘 내는 성향이 아니다.
나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화내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화를 내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오히려 해결을 방해하는 경우를 많이 겪어봤다.
그렇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제어하지 못하는 순간에 본능적으로 화가 나는 경우가 있긴 하다.
이성이 어찌하지 못하는 그 찰나의 순간을 비집고 터져 나온 감정…
그런 감정은 찌질하고 괴팍하다.
울그락 불그락 얼굴 표정은 붉어지고 목소리는 떨리면서 말을 더듬기도 한다.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울먹거리는 것 같이 보일 때도 있다.
이럴 때는 너무 창피하다.
인간은 왜 분노라는 감정이 생기는 것일까?
분노가 생기는 원인을 크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감정으로 분노가 활용될 때가 있다.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감정으로 분노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이런 분노가 없다면 외부의 공격과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또 내가 원하는 바, 목표하는 바가 무언가로 인해 억제당하고 차단당했을 때 분노를 느끼게 된다. 게임을 못하게 하는 부모에 대해 분노를 느끼는 자녀들이 있다. 원하는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가고 싶은데 떨어졌을 때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이런 분노는 도전하려는 동기로 표출되기도 하는데 앞에서 말한 본인을 지키기 위한 분노와 마찬가지로 좋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의도적인 분노가 있다.
분노를 표출해서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갖게 하거나 굴복시키려는 의도로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분노는 잘 활용하면 남을 설득하거나 나의 이익을 키워줄 수 있지만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도를 넘게 되면 범죄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분노는 제어되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타인의 기분을 공감하기 위해 같이 분노하는 경우가 있다.
나와는 크게 상관없지만 아동 성범죄 뉴스 등 약자를 괴롭히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는 내 일이 아니더라도 분노를 느낀다.
정리하면
1. 내 몸과 정신에 고통이 느껴졌을 때
2.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을 때
3. 타인을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고 싶을 때
4. 타인 또는 상황에 공감될 때
모든 감정은 에너지다.
분노, 슬픔, 기쁨, 질투, 사랑, 배려, 짜증...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인간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우리는 핵발전처럼 막강한 양의 에너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
매일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음식을 먹고 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한다.
한정된 에너지 안에서 우리는 조금씩 힘을 쪼개서 긍정의 감정을 일으키기도 하고 사랑도 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도 낸다.
그런데 분노를 자주 내는 사람은 본인의 한정된 힘의 큰 부분을 분노에 써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른 감정에는 쏟을 힘이 떨어지게 된다.
나라는 사람을 분노에게 모두 빼앗기지 말자.
내 안에는 긍정과 도전, 배려,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득 차도록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