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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균 Mar 28. 2022

봄이 온 연후에야 말라서 죽은 나무를 알 수 있다

春來然後知枯死之樹見

지난겨울

마른 겨울 잎사귀들을 달고 있는 활엽수들 사이에 서 있는

저 나무가 죽어 있는 것인지 살아 있는 것인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오랜만에 겨울 지난 산을 오르다

갈색의 마른 잎사귀들을 달고 있던 활엽수들이

묵은 잎사귀들을 털어내고

초록의 새싹을 피워내는 것을 보면서

저 나무들이 죽어 있는 것을 알았다.

아직도 마른 갈색의 잎들을 달고 있는 나무에서는

한 줌의 온기도

생명의 바람 한 숨도

느낄 수가 없었다.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가고*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야 송백의 푸르름을 알 수 있듯이**

봄이 오고 난 이후에야 나는

새싹으로 봄을 맞는 나무들 사이에서

말라 더 이상 생명의 숨으로 봄을 맞이할 수 없는

죽은 나무들을 보게 되었다.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독일, 시인, 작가, 1898.2.10.~1956.8.14.)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 : 논어 ‘자한편’에 나온다.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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