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지만
커피를 평가하고 점수 매기는 일을 한다. 커피에 어떤 향이 나는지, 단맛과 신맛은 어떤지 등을 평가하는 일이다. 커피를 평가할 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하는 사항은 평가하는 동안 커피가 계속 식고 있다는 점이다. 온도에 따라 느껴지는 게 다르기 때문에 각 온도 구간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커피의 점수를 책정한다.
문득 내 인생의 점수는 몇 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심사위원이 있다면, 그는 내 인생에 몇 점을 매길까. 그 심사위원도 내가 계속 나이 들고 있음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버전의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 몇 년 뒤에 나의 노력으로 좋아질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지금 내 인생을 평가한 결과물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온전한 평가는 내가 죽고 나서야 가능할 것이다.
커피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커핑 폼(Cupping Form)이라는 것이 있다. 느낌이 아닌 분석적으로 커피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툴인데, 아래 그림과 같이 여러 개의 평가항목이 명기되어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느껴지는 것들을 세부적인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할 수 있게 하여, 커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는 폼 같은 것도 있을까. 있다면 어떤 평가항목이 들어가 있을까.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 2021년 6월의 나는 몇 점짜리 인생을 살고 있는지, 무엇이 좋고 무엇이 아쉬운지 한번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