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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묵 Apr 02. 2023

벚이 간다

시린 봄을 타고 벚들이 비탈길로 팔랑거린다


어느 벚은 행인의 정수리에 몸뚱이를 뉘이더니

머리칼 사이로 제 몸을 욱여넣으며

미심쩍은 사랑의 찬가를 읊는다


설렘은 짧다만 떨어지기 전의 난 아름다웠소

벚이 앉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하니

우리 사랑을 이루러 가봅시다


고개를 빠꼼 내미니

먼저 가버린 벚들이 비탈길에 뉘어 있다

벚을 떼는 건 사랑인가 아님 또 다른 사랑인가


지는 벚들이여

벚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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