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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Jul 24. 2023

2단계)공간 부지를 찾다.

사업의 본질과 결이 맞는 공간을 찾아 다니다.

평소 우리는 '옷을 잘 입는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옷을 잘 입는다는 뜻은 우선 그 대상이 입은 옷이 잘 어울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옷이 잘 어울리기 위해서는 각자의 키, 피부톤, 체형은 물론 TOP를 감안해서 입어야 한다.


오프라인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사업의 방향성을 고려한 부지를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 단기적인 매출에 연연하고 한정적인 고객만을 노린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 반면에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고려한 부지 선정을 한다면 지속적인 사업 운영의 가능성이 올라간다. 마치 '옷을 잘 입는 사람'이 계속해서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다.



1. 엘큐브 이대


엘큐브 공간의 시작은 매출 창출이었다. 대형 규모의 백화점을 신규로 오픈하기는 어렵기에, 틈새 시장을 공략한 것이었다.

그래서 매출이 나올만한 공간을 찾았다. 백화점을 찾지 않는 고객층이 많이 모이는 지역을 우선적으로 선별했다.그 결과 엘큐브 1호점이 홍대입구에 오픈했다.


백화점은 젋은 고객층이 궂이 찾아올 이유가 약화되고 있었다. 특히 20대 고객층은 본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혹은 패션 스타일을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무신사, W컨셉 등과 같은 패션 플랫폼의 성장세는 무서웠다. 반면에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는 고객층 연령대와 함께 나이를 먹기 시작했다. 젊은 고객층이 이탈하자 엘큐브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해당 고객층을 찾아 나섰다.

이화여대 정문앞 꽃조각(좌측) / 이화여대 도서관 전경(우측 / @이화여대 홈페이지)

엘큐브 이대는 조금 달랐다. 고객층을 찾아 나서긴 했으나, 매출을 위해서 국내 고객보다는 중국인 고객을 타겟으로 했다. 중국이 고객이 많이 찾아오는 지역으로 매장 위치를 선정했다. 


엘큐브 이대가 오픈하던 시점 명동 일대를 다니면 ‘여기가 한국이 맞나?’싶을 정도로 중국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백화점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뿐만 아니라 이들을 붙잡으려는 매장 직원들의 중국어를 활용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중국인들이 관광버스를 쉽게 방문하는 이대 상권은 매력도가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좋아할 만한 브랜드가 있다면 얼마든지 매출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화여대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이화여대 정문앞의 조각인 '배꽃'을 만지면 행운이 깃든다는 이야기가 있고, 둘째는 정문을 지나서 있는 큰 규모의 도서관 건물의 구조가 사진을 찍기에 예뻐서이다.


하지만 중국인의 내점에만 초점을 맞춘 매장 구성은 자생력이 없었다. 사드 사태로 중국인 입국이 급감하면서 백화점은 물론 엘큐브는 큰 위기에 즉면하게 된다. 그래도 규모가 있는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은 상황에 맞춰서 MD교체 등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엘큐브 이대는 달랐다. 오픈 당시 어렵게 설득해서 입점했던 브랜드들은 퇴점을 요청해 왔다. 특히 1층에 비해 접근도가 떨어지는 2층의 상황이 더 심각해져 갔다. 하루에 옷 한두개 파는 날이 많아졌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직원 인건비도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결국 브랜들의 퇴점 러시로 이어지면서 엘큐브 이대의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져 갔다.



2.  성수동 공간


성수동 공간의 방향성을 잡는 데에만 수 개월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왜 오프라인을 진행하는가?’로 시작한 질문과 답변으로 방향성이 정립되면서 오프라인 공간의 구축은 속도를 내게 되었다.우선은 2019년이 5개월 남짓남은 상황에서 해를 넘기지 않고 공간 구축 공사를 시작하는 게 목표였다.


목표로 하는 기한 내에 공간 구축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먼저 공간이 들어설 부지를 찾아야 했다. 일단 공간 구축을 위한 규모는 정하지 않은 상태로 시작되었다. 규모는 정하지 않았으나, 방향성을 소화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있었다. 제품을 체험하기 위한 공간적 규모 및 크리에이터로서의 꿈을 제공해 줄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 방향성이 정해진 후 약 2개월에 걸쳐서 공간 부지 찾기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공간 부지를 정하기 위해서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을 하게 된다.

1) 부동산 컨설팅 업체를 통해서 제안을 받았다.

2) 컨설팅 업체의 제안을 기다리지 않고 서울 중심으로 직접 찾아 나겄다.


컨설팅 업체 제안 및 직접 방문을 통해서 서울 지역의 다양한 지역을 방문했다. 경의선 숲길이 있는 연남동,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한남동, 크고 작은 공간이 존재하는 압구정로데오 그리고 사람들의 트래픽이 가장 높은 강남 등 실제로 20여 군데의 부지를 직접 답사하였다.


하지만 공간 부지를 쉽사리 정하지 못했다.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생각하는 공간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았다. 다행히 강남 지역에서 조건이 부합하는 부지를 정했다가 임대인측과 합의가 안 되어서 계약 막판에 불발되기도 하였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마지막 한 지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바로 그 지역이 <성수동>이었다. 약 4년 전의 상황이기에 요즘처럼 팝업스토어 및 새로운 공간으로 뜨거워지기 직전이었다. 우리가 성수동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공간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었다. 


우리의 플랫폼이 작은 브랜드 혹은 스타트업이 근간이 되기에 이러한 스타트업이 많이 모여있는 지역이 성수동 이었다. 그리고 낡음과 새로움이 교차하면서 다채로운 창작과 발견이 이루어지는 ‘한국의 브룩클린’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점이 우리가 만들려는 공간의 방향성과 잘 어울렸다.

이렇게 서울의 광범위한 지역 중에서 단 하나의 지역으로 좁힌 후에는 동네 부동산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정하기 위해 힘을 냈다. 결국 서울숲의 작고 예쁜 상권이나 성수동 인근의 깔끔한 신축 건물을 마다하고 오래된 인쇄공장 건물을 확정짓게 되었다.

공간 구축을 위한 함께 뛰던 팀원들이 모두 방문했을  ‘여기면 뭔가 되겠다싶었다. 왠지 '드디어, 심~봤다!'싶음 마음이 들었다. 150평 규모의 마당과 연면적 400평에 가까운 건물이라서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싶은 걱정도 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골목 안쪽에 자립 잡아서 눈에는 잘 안 띄지만, 이 정도 규모의 공간이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컨텐츠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모습이 브랜드와 더 잘 어울렸다. 그렇게 해서 공간 부지를 확정짓게 되었다.



#한 눈에 비교해 보기

#개!꿀팁

1) 사람만을 쫓아서 부지(site)를 선정하지 말아라(내재된 가치를 품지 못하면 속빈 강정이 된다)

2) 전문 업체에만 기대하지 말고 직접 찾아 다녀라(직접 보고 살펴서 나의 핏(fit)에 맞는 물건을 찾아라)

3) 공간 방향성의 구현이 가능할지를 상상해 봐라(실제 구현하려는 그림을 앉혀보고, 전개 모습을 그려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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