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전하는고양이 Dec 09. 2024

보내신 사과를 돌려보냅니다

열한  번째.

Elizabeth Tr. Armstrong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635705/



사과를 받았습니다

.

.

.


보내신 사과를 돌려보냅니다

겉보기에 반지르르, 락카 니스 칠한 거마냥 붉은색에서 가식을 봤습니다

겉과 다른 속, 소태처럼 쓰고 떫은 지 배곯은 버러지 한 마리 꾀질 않습니다


보내신 사과를 돌려보냅니다

왜인지 모르게 사과에서 바싹 마른입 축이는 과즙도 향기도 찾을 수 없습니다

겉과 속을 찬찬히 볼 시간도 없어 기억나는 건 작위적 붉은색 거 하나입니다


흙 고르고 씨 뿌리고 물 흘리고 빛 쬐이고 가지치고 비료 주고 

흘러넘치게 꽃 피면 꽃송이 솎고, 가지 부러질 만치 열매 맺히면 열매 솎고

몸집보다 큰 나무 눕히는 손톱만 한 해충은 초장에 때려잡고

눈 어두운 두더지, 목소리만 큰 고라니는 훠이 훠이 쫓아내고

소리 없이 차차로이 진초록잎 말리는 마수의 질병 다가올 땐 철통벽을 세워야지요


보내신 사과를 돌려보냅니다

사과 하나를 손에 쥐기 위한 보배로운 품과 시간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에 쫓겨 바삐 닮은 꼴을 주워 보냈나, 이 사과는 생기도 향도 없는 가짜배기입니다 


보내신 사과를 돌려보냅니다

찜찜한 가짜 사과에 숨어있는 배배 꼬인 심지에 불을 붙여 보내겠습니다

불 붙이자마자 피어나는 탁하고 매캐한 연기에서 보내신 진짜 마음을 확인했습니다


총총히 주워 보낸 공갈 사과는 뿌려진 수만큼 불멸의 촛불이 되어 활활 타오를 것입니다

탄약보다 시커먼 속내는 이글이글 끓는 촛불 용암의 화염으로 집어삼킬 것입니다

단 한 개의 사과도 빠짐없이 남김없이 끝까지 돌려보내겠습니다


이리로 내려와 진실의 사과를 보내주세요 

이리로 내려와 진심의 사과를 보내주세요 

자! 이리로 내려와 진짜 사과를 보내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