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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고 싶은 글자들
13화
오래된 서점에서
열세 번째.
by
운전하는 Y
Jan 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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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ttonbro studio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4972610/
언제나 그랬듯이 마음속 그대를 소리 없이 말해봅니다
칸칸이 나뉜 마음자리에 높고 낮음은 없습니다
시작이 언제인지 알 수 없어요
언제 내 가슴에 파고들었나요
마음 한 자리에 들어왔던 그대는 더 이상 얌전한 고양이가 아닙니다
옆자리도 그 옆자리에도 어지러이 발자국을 찍으며 뛰놉니다
마음속에서 저항할 수 없는 바람이 붑니다
살랑살랑... 남실대다 휘몰아치는 노대바람이 되었습니다
그대를 말하던 소릴 내지 않는 말이 바람을 타고
밖으로 밖으로 멀리 또 멀리 날아갑니다
그대를 만나러 가는 길, 오래된 서점에 들렀습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사방에서 책냄새가 밀려옵니다
철학 종교 소설 시 역사 예술 만화... 빨간책도 있어요
책들이 쌓인 모습에 질서는 없습니다
툭, 살짝만 건드려도 와르르르 무너질 것 같지만
걱정 마세요
꽤 오래도록 흔들리지 않고 머무른 자리입니다
날 궁금해하는 사람이 언제나 오려나
그들은 오래도록 펼쳐지지 않는 책장 사이사이
쿰쿰한 단내를 품고 기다립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나온 그대를 만났습니다
나와 그대가 바라보고 있는 끝에 그대와 내가 있습니다
소리가 없어 전하지 못한 말은 귓가에서 춤출 준비를 마쳤습니다
어떤 말을 할지 정해두질 않았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 어떤 색이든 상관없어요
입에서 터져 나오는 태초의 모습 그대로 말할래요
오랜 시간, 위아래 입술이 맞붙은 채 기다렸습니다
입술 주름들의 미세한 떨림, 입술 사이 자그마한 균열이 생기고
이윽고 캄캄했던 동굴 입구가 모습을 드러낼 때
칠흑 같은 어둠 사이에서 꿀 같은 단내가 터져 나왔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 Guilherme Rossi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255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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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는 Y
소리-맛-향기로 과거, 현재, 미래를 향유합니다. 얕고 드넓게, 고양이, 소심 덕질, 노래 가끔 춤. 이것저것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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