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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고 싶은 글자들
14화
카레방울
열네 번째.
by
운전하는 Y
Jan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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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s Coming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674574/
새하얀 도화지에 노란 땡땡이 콕콕
새하얀 눈 밭에 노란 꽃송이 폼폼
사람들이 내게 말해, 너 오늘 카레 먹었지
난 되물었어 내가 카레 먹은 지 어떻게 아냐고
그들 어깨와 손, 눈과 입에 웃음이 섞여
이 칠칠아,
내 옷에 묻었대 내 옷에 카레 묻었대
새하얀 셔츠 입은 날이면 카레가 먹고 싶어
이 사람 저 사람 손 탄 앞치마 두르고, 한 손엔 냅킨도 들고
준비를 마치고 조심스레 한 입 두 입
입가에 묻은 부드러운 노란색 닦아내고
날 둘러싼 앞치마도 살짜기 풀고
어느 틈에 들어왔나
새하얀 셔츠에 노란 방울이
하얀 식탁에 노란 그림이
하얀 젓가락은 노란 젓가락으로
새하얀 마음속 노랑나비 춤추네
새하얀 도화지에 노란 땡땡이 콕콕
새하얀 눈 밭에 노란 꽃송이 폼폼
사람들이 내게 말해, 색이 생겼다고
난 되물었어 내게 색이 생긴 걸 어떻게 아냐고
그들 어깨와 손, 눈과 입에 웃음이 섞여
이 바보야,
나한테 묻었대, 나한테 네가 묻었대
널 만나러 갈 때 난 새하얀 마음을 가지고 가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그렇게 봤을 뿐인데
그 찰나에 지워지지 않는 네가 묻었어
눈가에 남은 너의 모습을 날려 보내고
순간의 환희도 살며시 접어 넣었는데
넌 언제 내게로 와서 날 물들이고 갔나
새하얀 셔츠에 노란 방울이
하얀 식탁에 노란 그림이
하얀 젓가락은 노란 젓가락으로
새하얀 마음속 노랑나비 춤추네
커버 이미지 출처: 사진:
Unsplash
의
Andres Perez
*또 카레 먹다가 옷에 흘렸다
진짜 잘 안 지워져ㅎㅎ
그래도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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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는 Y
소리-맛-향기로 과거, 현재, 미래를 향유합니다. 얕고 드넓게, 고양이, 소심 덕질, 노래 가끔 춤. 이것저것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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