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살갗이 타들어갈 만큼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도
차갑게 식어가는 사람이 있다
얼음 속에 갇혀버린 심장
얼음성을 두드리는 손발
녹여야 할 것이 많은 그해 여름은
마치 여름 한가운데에 난로를 킨 거처럼
한없이 뜨거웠다
그렇게 얼었다 녹았다를 수차례
어쩌면 속이 다 곯아버렸을지도 몰라
꽝꽝 언 손발에 수증기 걸린 물을 부어 녹인 들
그렇게 붉어진 심장과 손과 발은
차갑고 뾰족한 얼음을 깨고 나온 상처다
살갗을 할퀴고 가는
얼음 섞인 바람 속에서도
발갛게 타오르는 사람이 있다
팔딱이는 심장
심장과 손과 발 상처는
어느새 연한 자욱만
무심히 던져진 말 한마디에
시린 겨울 눈은 솜이불로 탈바꿈했다
그해 겨울, 차갑게 식어버린 사람은
마치 군불을 지핀 구들장처럼 붉어졌다
구들장이 되어버린 사람에게 이불을 덮어줬다
커버이미지 출처 : 사진: Unsplash의Kate Stone Mathe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