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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잠에서 깨면 먼저 떠오르는
아! 치아바타, 퐁신한 구름처럼
손가락 살짝 올려도 폭 잠기고 마는
아! 치아바타, 몽글몽글하고 여린
손이 닿는 곳곳 모난 곳 없이 부드러워요
어제는 말간 얼굴 발그레 물드는 게 싫어
구름처럼 분칠을 했다고 해요
부끄러운 얼굴 살짜기 쓸어내리면
색색 수줍은 마음 내게로 오죠
손바닥 한가득 설레는 분내가 묻어납니다
녹아내려요 파묻혔어요
떠올랐어요 날아올라요
언제나 잠에서 깨면 먼저 떠오르는
아! 치아바타, 부드러운 순두부처럼
숟가락 슬쩍 대기만 해도 요동치고 마는
아! 치아바타, 뭉실뭉실하고 연한
마음 닿는 곳곳 내침 없이 안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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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그렇게 잊혀 가고
처음 닿았던 손길과 다른 온도
탁자 위에 무심히 떨어집니다
서늘한 푸른 꽃이 피어날 것만 같아요
꽃 피우지 않으려면 온길 피해야 하죠
모든 게 꽁꽁 언 곳으로 한기가 피어나는 곳으로
우릴 위해서야 우린 다시 볼 거야
조금만 기다려달란 말에 등을 돌리고
제 발로 얼음성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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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그렇게 잊혀갈 때쯤
시린 입김이 한없이 맴도는
희뿌연 얼음성 문이 열리고
서늘한 푸른 꽃은 피지 않았어요 대신
단단하고 차갑게 식은 치아바타가 있습니다
꽃이 피어나도 좋아 차라리 차라리
온기가 있는 밖을 향해 몸을 던집니다
퐁신한 몽글한 수줍은 맘 숨긴
새하얀 분도 얼음성 안에서 모두 얼어버렸습니다
굳어버렸어요 얼어버렸어요
떨어졌어요 날 치고 가버렸어요
아 치아바타 아 치아바타
아 나의 치아바타 아 나의 치아바타
* 냉동실 문 열자마자 굴러 떨어진..... 꽝꽝 언 치아바타에 발을 찧었다
치아바타 말고도 냉동실엔 위험한 게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