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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전하는고양이 Nov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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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사진: Unsplash의Cemrecan Yurtman


설렘이란 말로는 부족해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요

순간 우릴 휘감은 주황색

첫 터치가 있던 그날이


당신을 만나는 날, 난 항상 두근거려요

깜박이는 두 눈, 쿵쾅 이는 내 맘

그리움 묻은 나뭇잎 사이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지나는 바람처럼

숨기고 싶지만 금세 들켜버렸어요

요란한 내가 한심해 보이나요


당신을 만나는 날, 난 항상 머뭇거려요

뒤엉킨 두 발, 버벅이는 내 입

뜯자마자 와르르 쏟아지는

말랑말랑 알록달록 젤리처럼

주워 담고 싶지만 이미 녹아내렸어요

뚝딱이는 내가 바보로 보이나요


보고 싶어서 그래요

하얀 손 또 잡고 싶어서 그래요

나의 눈에 어둠을 내리지 말아요

날 구석으로 밀어 넣지 말아요



당신이 날 찾을 때, 난 투정을 부려요

까맣게 구겨진 내 맘을 들켜버렸어요

파랗게 조각난 내 맘을 보여줬어요


당신이 내 손 잡을 때, 난 등을 보여

엉켜버린 내 심장을 어루만져 주세요

헛도는 내 발걸음 토닥여 주세요


날 또 혼란스럽게 할 건가요

날 또 어린애로 만들 건가요

하얀 깨물고 투정 부리고 싶지만

그대 뒤돌아 가버리면 나 어떡해요


보고 싶어서 그래요

하얀 손 또 잡고 싶어서 그래요

나의 눈에 어둠을 내리지 말아요

날 구석으로 밀어 넣지 말아요


처음으로 돌아가려면

여러 번 내 맘 추스를 수밖에 없어요

모자란 그대 손길 더 느끼고 싶다고요


날 혼란스럽게 하지 말아요

날 어린애로 만들지 말아요

늘 바라보고 싶어요

늘 곁에 있고 싶어요


내 맘의 전원을 끄지 말아요

내 맘의 전원을 끄지 말아요

내 맘의 불을 켜줘요 오늘도

내 맘의 불을 켜줘요 내일도



꾹!







* 프린터는 이상해. 오랜만에 전원을 켜면... 꼭 여러 번 종이를 씹어 뱉는다.

오랜만에 전원을 켰다고 투정 부리는 것처럼. 그래서 조금 귀여워.....요. 귀여운 거 좋아요...



* 커버 이미지 출처 : 사진: UnsplashKawica Stew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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