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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 복숭아가 쌓여요

일곱 번째.

by 운전하는 Y
사진: Unsplash의 Jennie Razumnaya


난 그림을 못 그려요

그림은 알아볼 수가 없대요

나의 동그라미는 네모고

나의 네모는 세모래요


누가 내게 주문을 걸었나요

눈 감아도 그릴 수 있는 얼굴이 있어요

하루에도 여러 번 사진을 띄워요

눈감을 땐 밤하늘처럼 빛나죠

내 눈은 늘 그리워해요, 늘 담고 싶어 해요


웃을 때 가늘어지는 갈색 눈동자는

떨어지는 별똥별 같아요

그댄 모르죠

눈 감을 때 눈썹 그림자가 길게 진다는 걸요

다듬지 않아도 완성형인 눈썹의 각도는 한 이 정도?


올망졸망 코를 볼 때면

입 맞추고 싶어 안달 난 내 입을 꼬집어요

연분홍 머금은 그대 입술

심장은 늘 점검중 사인이 뜨죠

오늘은 아랫입술을 그리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대봤어요


설레는 맘이 한계 없이 부풀어 태양을 향해요

투명한 피부 아래 희미하게 비친 푸른 가녀림

눈이 마주쳐 붉게 핀 그대 얼굴은 복숭아 같아요

그대 볼을 물들일 때, 내 볼은 왜 같이 빨개지는 걸까요


복숭아 복숭아 복숭아

복숭아 향기가 내 방에 퍼져요

내 방에 복숭아가 쌓여요


복숭아 복숭아 복숭아

복숭아 향기에 내 맘은 떨려요

내 맘에 종소리가 스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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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