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노래하고 싶은 글자들
06화
거스러미
여섯 번째.
by
운전하는 Y
Nov 6. 2024
아래로
Ron Lach 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9850091/
오른손 검지손가락 한 귀퉁이에
기척도 없이 까슬까슬,
작고 뾰족한
게 솟았다
매끈하게
둥글러진
틈에 낯선 기운이 삐쭉
작지만
거슬려, 작아도 쨍해
함부로 잘라낼 수도 없다
살짝 스쳤을 뿐인데 모조리 곤두선 내 머리카락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쳐들었다
바람에 깎아 날려 보낼
마음으로
이는 바람에도 고통은
자릴 뜨지 않고
부는
바람타고 동공에 맺힌
티끌의
빛
내 안에 들어와
순간 일렁여
간지럼을 태웠다
이름 모를 빛이 맺힌 눈 아래 그림자가 지고
그렇게
그림자만
보였다
누군지 몰라 호기심 서린 마음이
너울지는 바다의 거친 움직임처럼 커졌다
간지러워(피식)
입을 문 삼아 말인지 웃음인지 모를 것이 엷게 새더니
성날 준비 마친 검지손가락이 고개를
들어
이쪽에서 저쪽으로 왔다 갔다 눈 주위를
서성였다
두어 번인가 서너 번인가
일렁이는
건 어디로 갔을까
이리도 쉬이 사라져 버릴 것을
아파 쓰라려
벌에 쏘인 거마냥 벌겋게 부어올랐고
싱거운 미소, 짧은 인사만 남기고 떠나버렸고
손톱 가장자리 작은 틈에
귀신같이 자리 잡고 뿌리를 내린
너
간지럼의 자리를
파고들었다
피식 외마디 웃음 주고받은
찰나의 찬란도 허락 못하는
삐쭉한 너의 맘이 내 눈에 박혔다
나 너 우리가 함께 찬란하고 싶은데
스치는 곳곳마다 뾰족한 맘이 옮겨 붙어
그 누구도 오래 머무를 수 없다
그때부터였나
세상이 온통 거슬리기 시작한 때가
.
.
.
알고서도
눈을 감았어
모든 탄생에 갑자기란 없지
활활 타들어가는 화염 속, 음습하고 퀴퀴한 지하 어딘가
쥐 죽은 듯이 조용히
그렇게 한참 동안 척박한 곳만을 골라서
부유했어
네가 태어나기 전에
거슬렸던 건 사실 그때부터였는지도 몰라
네가 태어나기 전
,
그때부터
커버 이미지 출처:
George Becker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348391/
keyword
시
에세이
마음
Brunch Book
수요일
연재
연재
노래하고 싶은 글자들
04
피스타치오 초콜릿(부제:불편해요 그래서 좋아해요)
05
커피번(부제:그땐 몰랐고 지금은 필요한)
06
거스러미
07
내 방에 복숭아가 쌓여요
08
ON/OFF
전체 목차 보기
29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운전하는 Y
소리-맛-향기로 과거, 현재, 미래를 향유합니다. 얕고 드넓게, 고양이, 소심 덕질, 노래 가끔 춤. 이것저것 써요.
구독자
80
제안하기
구독
이전 05화
커피번(부제:그땐 몰랐고 지금은 필요한)
내 방에 복숭아가 쌓여요
다음 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