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차돌된장찌개에 밥 말아먹고
라면에 대파 한 줌 달걀 톡 떨궈 면 후루룩 밥 말아먹고
가필드가 좋아하는 라자냐에 버섯크림뇨끼에 이태리도 다녀오고
빠짝한 바게트에 라따뚜이 올려 불란서도 다녀오고
누워 자고 싶은 쫀쫀한 아인슈페너 크림도 위아래 입술에 포슬히 묻히고
고실고실 조려 톡톡 터지는 단팥 올린 말차팥빙수도 아껴 떠먹고
딸기에 토마토에 오렌지에 파인애플에 수박에 멜론에....
그래도 남은 아쉬움에 한 귀퉁이에 살짝 소금칠 해 후라이드치킨을 물었어
지금 앉은자리에서
저걸 다 먹었냐고?
응 다 먹었어 앉은자리에서 다 먹었어
기분이 좋아, 풍선이 된 몸은 하늘을 떠다니지
일어나면 안 돼
일어나면 풍선은 가라앉아
일어나면 안 돼
일어나면 배와 등은 손 흔들며 다음을 기약해
일어나면 그때부턴 채울 수 없어
알면서도 미련하게 내 안에 담아
알면서도 주저 없이 내 안에 담아
한동안 보이지 않는 거에 이마를 짚고
한동안 보이지 않는 거에 손발이 저려도
또 그럴 거야 아마도 계속 그럴 거야
벌어진 틈은 보이지 않는 걸로 가득 채워지고
하늘 나는 기분은 보이지 않는 거 뒤로 잠시 숨었네
본 거는 눈인데
온몸이 터질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몸속에 빈 공간을 모조리 채워
견갑골과 갈비뼈 사이
천골과 늑골 사이
틈이란 틈은 모두 채우고 눌러 담아
눈은 이미 카메라 렌즈가 되고
셔터스피드 값은 중요치 않고
쉴 새 없이 열리고 닫히는 문 하나가 있고
쉴 새 없이 얼굴이 바뀌는 피사체가 있고
지금에서 벗어나면 그 순간을 담지 못해
지금에서 벗어나면 그때부터 주저앉아
지금에서 벗어나면 체기에 숨이 막혀
지금에서 벗어나면 취기에 입이 멈춰
이마를 짚고 손발이 저리고
한참 앓아눕는다 해도
아플 거 알지만 또 기다려
또 그럴 거야 아마도 계속 그럴 거야
벌어진 틈은 보이지 않는 걸로 가득 채워지고
하늘 나는 기분은 보이지 않는 거 뒤로 잠시 숨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