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시작했다
11월에는 수영을 시작했다.
아홉 살에 계곡에서 놀다가 빠진 이후로 물속에 얼굴을 담그는 것은 영 무서워서 휴가철 해변에서도, 호텔 수영장에서도 시원스럽게 잘 놀지 못해왔다. 그래서 늘 배워야지, 하고 생각만 하던 수영에 등록했다.
첫 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물안경을 끼고 물속에 귀까지 넣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입수.
첫 날, 나는 물속에 들어갈 때마다 눈을 감았다. 물 안에서도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숨을 쉬었다. 뽀로로록, 하고 콧속으로 귓속으로 물이 들어갔다.
숨을 멈추고 입수하세요.
둘째 날에는 얼추 성공을 했다. 키판을 잡고 물장구를 치면서, 음~ 할 때는 귀까지 얼굴을 집어넣었다가, 파~ 하면서 숨을 쉬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물속에 들어가면 오늘 하루 종일 회사에서 복닥거렸던 일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당장 숨을 참는 것과 물장구를 치며 나아가는 것, 가라앉지 않기 위한 단순하지만 (나에게는) 목숨과 연결된 것처럼 느껴지는 동작들에 집중한다.
물속에 있으면, 잠시 다른 세상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몸의 동작도, 들리는 소리도, 호흡도 모두 잠깐 다른 곳에 와있는 기분이 든다.
중력에 의해 걷는 아스팔트 위의 익숙한 나. 그리고 물 속 부력을 이용하여 떠있는 낯선 나.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보냈던 나의 주말 일정들이 어쩌면 물속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력의 힘으로 떠다니는 것은 아무래도 새로운 사건이다. 아직 배워야 하는 과정이 많고, 새로운 감각들을 체험하고, 어느 순간은 자연스럽고 또 어느 순간은 아주 부자연스럽다. 가끔의 주말동안 매번 그 자연스럽고 또 부자연스러운 순간들을 마주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지내왔다.
지금 내가 떠있는 이 곳이 나다운 곳인가, 아니면 아스팔트 위가 더 나다운 곳인가.
오늘은 그 생각을 하며 퇴근을 했다.
회사.
하수도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갈 만큼의 무력감을 주는 곳. 또 어떤 때에는 나를 가장 열정적으로 변모시키는 곳이 결국은 같은 곳이다.
헤어지는 사람이 생기고 당장의 내가 어떻게 될지 몰라 뒤숭숭해지는 시기. 회사를 다니고 매년 11월, 12월은 늘 이렇게 자주 자조적이 된다.
오늘은 수영을 못 가서 다른 세상 속에 가 있지 못하고, 복닥거리는 마음을 고스란히 안고 거실 테이블에 앉아있다.
201711
#moonin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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