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색, 초록
토마스 윌머 듀잉 T(homas Wilmer Dewing)은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니다. 독자 중에도 19세기 중반의 위대한 인상파 화가들을 떠올릴 때 모네, 드가, 마네, 르누아르와 같은 화가들은 쉽게 열거할 수 있지만, 아마도 듀잉이라는 화가를 생각해 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Thomas Dewing, 1851 ~ 1938
듀잉은 1851년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현악기의 소리와 그림에 관심을 보였던 듀잉은 1876년 파리로 떠나 아카데미 줄리앙에서 공부하며 화가 구스타브 불랑제와 쥘 르페브르의 지도를 받았다. 2년 후 미국으로 돌아와 뉴욕시에 정착했고, 그곳에서 명문가 출신의 화가인 마리아 오키를 만나 결혼했다.
듀잉의 음악에 대한 관심은 화가로서의 삶 내내 지속되었고, 그의 그림 중 다수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들고 있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의 그림 『Symphony in Green and Gold 』은 과거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그리스 의상을 입고 연극을 하는 예술 식민지의 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다. 이 그림에서 보이는 제한적인 초록색 계열의 톤과 대담하게 표현한 붓놀림은 듀잉이 존경했던 제임스 맥닐 휘슬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휘슬러가 토널리즘(Tonalism)의 아버지라면, 듀잉은 확실히 헌신적인 아들이라 말할 수 있다. Tonalism은 1880년대 미국의 미술 운동으로, 안개가 짙게 낀 것처럼 색조가 화폭 전체에 퍼져 있는 톤으로 풍경을 그렸던 화풍을 말한다. 대부분의 토널리즘 화가들은 어둡고 중립적인 색채를 사용했지만, 듀잉은 푸른 풍경을 좋아해서 초록색을 사용하여 전체적인 주제를 발산하는 능력을 탁월하게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듀잉의 작품은 『The Lute』라는 제목의 그림인데 정확하고 현실적인 세부 사항으로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사실을 기술하는 대신 몽환적인 은유와 상징을 사용하여 보는 이의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이 작품에는 한 무리의 여성이 류트를 연주하는 여자를 지켜보고 있는 장면인데 보고 있노라면 내가 마치 저 안갯속에 함께 들어가 잇는 듯하고 류트의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은 환상을 느낀다.
다음으로 소개할 듀잉의 그림은 풍경화인데, 여름이란 제목의 작품이다.
그는 자신의 풍경화를 "장식(decoration)"이라고 불렀고, 그것이 자신의 가장 세련된 작품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듀잉은 작품이 완성된 후에 어떤 장소에 걸리게 될까를 늘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던 것인데, 이 생각은 내가 그림을 그릴 때 고민하는 바와 일치하여 놀랐던 기억이 있다. 특정 목공에서 벽 색상과 가구에 이르기까지 그 공간의 실내 디자인은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 고려되었고, 어떤 경우에는 작가가 후원자를 위해 직접 장식을 하기도 했다.
" 나의 데코레이션은 몇몇 선택된 영혼들이 사는 시적이고 상상적인 세계에 속합니다."
- 토마스 윌머 듀잉, 후원자 찰스 랭 프리어에게 보낸 1901년 2월 16일 자 편지에서. -
두 여성이 무정형의 초록빛 초원을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여름의 숲에 내리는 새벽안개를 맞는 기분이 든다. 이 그림을 보면 듀잉은 빛을 가지고 노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