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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Nov 06. 2020

건망증의 양면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다

참나무 숲에 참나무만 유난히 많은 이유가 따로 있다. 건망증이 심한 다람쥐 때문이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주울 때마다 하나는 먹고, 하나는 땅속에 묻어둔다. 양식을 비축하는 그들만의 생활양식이다. 그런데 다람쥐는 건망증이 심해 도토리를 어디에 묻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덕분에 땅속에서 겨울을 보낸 도토리가 싹을 틔워 자란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묻고 잊어버리기 때문에 참나무 숲이 울창해진다. 다람쥐의 건망증이 숲을 이루는 데 공헌한 것이다.


사람도 다람쥐처럼 귀중한 물건을 어디에 꼭꼭 숨겨 놓았다가 우연히 찾는다면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행운을 맞이할 수도 있다. 때로는 잊는 것이 새로운 날을 위한 씨앗이 될 것이다. 망각의 유익한 점은 머리를 비우고 가볍게 살아갈 수 있을 때이다.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이야 망각 속에 묻어 버리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때로는 건망증 때문에 낭패를 보기도 한다.

건망증이 심한 수학 선생님이 있었다. 자율학습 시간에 갑자기 교실 뒷문이 열리면서 수학 선생님이 나타났다.

“3학년 5반은 왜 이렇게 시끄러워? 수능이 얼마나 남았다고!”

교사의 한마디에 학생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교사가 뒷문을 닫고 사라진 잠시 후에 앞문이 스르륵 열리고 다시 수학 선생님이 나타났다. 수학 선생님은 흐뭇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음, 이 반은 학습 분위기가 참 좋군! 뒤에 반은 아주 형편없었는데.”


니체가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라고 했다. 살아가면서 충격적인 일을 당했을 때마다 망각하지 않는다면,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충격으로 피폐한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망각이 극심한 충격에서 완화시켜 새로운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우리네 삶을 유익하게 한다. 마음의 병은 망각으로 치유할 수 있지만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아픈 기억에 발목이 잡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함보다 망각으로 치유하는 것이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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