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
틈틈이 뉴스레터 12호는 사다리 타기로 마구 정한 TPO에 꼭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 드려요!
저는 인류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이런 비관은 금세 허무주의로 빠지기도 하죠. 최근에 정세랑 작가의 단편 모음집 <목소리를 드릴게요>를 읽었는데요, 그도 지금 인류의 발걸음에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단편 <리셋>에서 인류는 지금처럼 자원을 고갈하고 쓰레기를 계속 만들어냅니다. 이걸 보다 못한 외계 지렁이가 우주선을 타고 내려와 플라스틱을 먹어 치웁니다. 인류는 과연 몰락할까요, 혹은 이 고난을 통해 발전할까요? 지렁이를 내려보낸 존재는 무엇일까요? 또 다른 단편 <7교시>는 <리셋>의 스핀오프처럼 느껴집니다. 이 소설에서는 지금의 인류가 매우 잘못되었다는 실망감과 미래 세대가 우리 종의 잘못을 뉘우쳐 환경주의가 보편이 된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희망이 공존합니다.
'이 세상은 틀렸어'라는 생각을 갖고 정세랑 작가의 단편을 읽다 보면, '그래. 리셋을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인류는 바른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에 대한 마지막 희망이 담긴 작가의 말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나는 23세기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을 역겨워할까 봐 두렵다. 지금의 우리가 19세기와 20세기의 폭력을 역겨워하듯이 말이다. (...) 미래의 사람들이 이 시대를 경멸하지 않아도 될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정세랑 작가의 인류애 넘치는 단편 SF <목소리를 드릴게요> 읽으러 가기
이 글이 실린 틈틈이 뉴스레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틈틈이 보고 듣고 읽은 것 중 좋은 것만 모아 나눠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