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석현 Jul 26. 2017

긍정의 루틴

긍정 루틴이 만들어 내는 기적

 프로야구 관객이 800만을 넘었다고 한다. 국민 5명 중 1명은 야구장을 찾았다는 말인데 엄청난 인기가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프로야구를 좋아하지만 좀처럼 경기장을 가지는 않고 인터넷으로 경기와 관련 기사나 선수들의 뒷얘기, 인터뷰 등을 즐겨 보는 편이다. 언젠가 시즌이 개막되고 이틀째였다. 데뷔할 때에는 강속구 투수로 주목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다가 부상 때문에 무려 4년 동안의 재활을 이겨 내고 감격의 세이브를 거둔 선수가 있었다. 다시 말해서 4년 동안, 1792일 동안 아무런 성적을 내지 못하고 겨우 프로야구 선수라는 이름만 있었을 뿐인데 그 암흑 같은 세월을 이겨 내고 당당히 주전 마무리 투수로 나와서 세이브를 거둔 선수였다. 

 방송은 1792일이 아니라 17일만 쉬고 나와도 뭐가 뭔지 모르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방송보다도 훨씬 더 치열한 경쟁이 있고,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프로야구 판에서 4년을 쉬고도 이런 성적을 올렸다니 대단할 수밖에. 그런데 그 선수가 세이브를 거둔 후 인터뷰가 압권이었다. 그 팀의 감독은 울먹울먹 하면서 본인은 얼마나 감격스럽겠냐며 흥분했다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한 표정과 어조로 “그동안 선수가 아닌 재활 기계를 상대하면서 나만의 버킷리스트 100개를 만들었단다. 그 100개 중에서 1번이‘나는 전과 다른 투수가 된다.’였고, 이걸 수없이 반복해 보면서 나를 단련했다.”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이 투수가 “그저 딴 것 할 게 없어서 그냥 연습하고 야구하는 거죠 머.”라는 생각으로 야구를 했다면 절대로 재기를 못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야구는 힘든 운동이다.’라는 생각과 ‘나는 전과 다른 투수가 된다.’는 생각은 분명히 다른 뜻과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아주 오래전에 국가대표 4번 타자 출신의 한 선수가 프로야구에 데뷔하던 해 홈런, 타율, 수비 등에서 발군의 성적을 냈던 선수가 있었다. 전문가 모두들 당연히 그 선수는 그 구단의 대표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믿고 있는 ‘믿고 보는 우량주’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선수의 그 해 동계 훈련 도중 인터뷰 영상이 기억에 또렷하게 남는다. 기자가 “내년 목표가 뭐죠? 홈런왕? 타점왕?”라고 물었는데 그 선수는 싱거운 웃음을 띄면서 “목표는요 무슨…… 먹고살자고 하는 거지.” 어린 나이였던 나는 그 인터뷰를 보고 ‘에이 뭐 저렇게 싱겁게 얘기하냐……”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선수는 이렇다 할 성적 없이 선수 생활을 딱 7년밖에 하지 못했고, 50살 되던 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어제와 다른 투수가 된다.’고 늘 생각하는 선수, ‘그저 먹고살려고 야구한다.’고 생각하는 선수 모두 연습은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열심히 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나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된다.’는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이다.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몸은 힘들어도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알 수 없는 힘이 생긴다. 그런데 ‘먹고살려고 한다.’는말만 들어도 미간이 좁아진다. 표정이 밝아질 수가 없다. 이렇게 단편적이고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일 뿐이지만, 여기엔 숨겨진, 어쩌면 내 인생이 좀 더 밝아질 수 있는 정답이 숨어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즐겁고 재미있게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그룹 A와 같은 일이지만 따분하고 재미없는 일이라고 치부하는 그룹 B를 일정 시간 동안 일하게 하고, A, B 두 그룹 다 철자를 맞히는 게임을 했는데, B그룹보다 A그룹이 무려 75% 나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생각한 대로 세상이 움직이고, 나의 의지대로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는 말이 공상과학 같은 얘기 가아니라는 말이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반복했던 것들 것 무의식에 저장이 되고, 이 무의식이 우리의 행동을 활성화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다 보 면자 신도 모르게 마음, 목표, 행동 등이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돈 한 푼 안 들어가는 일이니 속는 셈 치고 해 보면 된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볼 때마다 싱글싱글 웃기. 길을 걸을 때 웃으면서 고개를 위아래로 끄떡여 보기. 노래하면서 샤워하기. 자기 전에 ‘나는 위대한 일을 할 거야.’ 다섯 번씩 말하고 잠들기. 아침에 일어나서는 ‘내 미래를 위해 오늘도 난 한 걸음씩 다가간다!’ 다섯 번씩 중얼거리기. 양치 전후로 입이 찢어져라 환하게 미소 짓기. 누가 옆에서 보면 어쩌나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해 보는 거다. 그러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덩달아 삶도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면 그깟 창피한 게 문제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습관 속에 배어 있는 무의식이 없는 행복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골프를 좋아하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태국의 여자 프로 골프 선수 중 ‘아리야 주타 누간’이라는 선수가 있다. 뛰어난 신체조건과 잘 다듬어진 샷으로 데뷔하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던 선수였는데, 이 선수는 한 때 ‘비운의 아이콘’이었다. 3라운드까지는 폭발적인 샷으로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서 무너지면서 우승을 못하는 징크스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러던 그 녀가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 메이저 대회를 비롯해 세 개의 대회를 연속으로 휩쓸어 버린다. 그 선수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스윙 코치를 바꾼 걸까? 아니면 퍼팅 기술이 급격하게 늘었나? 그녀의 스윙이나 기술적인 면에서는 하나도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단 하나 바뀐 것이 있다면 매 번 샷을 할 때마다 입을 크게 좌우로 벌려서 미소를 짓고 스윙을 하는 것이었다. 나도 간혹 스크린이나 필드에서 골프를 즐기지만 매번 샷을 할 때마다 그전에 한 번 크게 미소를 짓고 스윙을 하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프로 선수들은 오죽할까. 더구나 그 장면이 전 세계로 그대로 송출이 되는데. 어찌 됐든 이선수는 그렇게 스윙 전 미소 짓기로 ‘비운의 아이콘’에서‘승리의 미소’로 닉네임이 바뀐다. 지금은 샷을 하기 전 의식적인 스마일은 하지 않지만 이미 세계 수준의 선수가 됐다. 또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어록을 보면 긍정의 루틴이 사람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일을 해내려면 먼저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는 그 일에 대해 기대를 가져야 한다.”

“절대 '안 된다'라는 말을 하지 말아라. 이유는, 제약이 나 두려움은 사실 환상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가 만약 이런 식이 아니라 “농구는 정말 힘들다. 하지만 난 늘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생각하고 말했다면 기술 좋은 마이클 조던은 있어도 농구 황제는 태어나지 않았다. 

최수영의 장편 소설 ‘하여가’에서 3류 건달과 탈영한 김일병이 횡단보도에서 눈싸움을 하다 결투를 벌인다. 둘 다 갈 데까지 간, 내일이 없는 상황. 서로 죽도록 싸우다 드러누워서 뭐 하나 되는 게 없는 인생 넋두리를 한다. 

‘이 자식도 나만큼이나 되는 일 없고 뭐 좀 잘해보려고 하면하는 짓거리마다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는 병맛인 게 틀림없다. 아무튼 너, 싸움 좀 한다. 너나 나나 젊은 팔자 왜 이리 꼬이는지. 

젊은 게 한 재산이라는 게 엿 먹는 소린 어느 시러베 새끼가 읊은 건지. 어디 가서 한 번 물어나 봤으면 좋겠다. 나도 한 땐 괜찮았는데. 착하고 머리 좋단 소리도 들었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삐끗한 걸까. 나 이제 어떡하냐. 살고 싶은데……이제 나 어떡하지?’

 생각해보면, 굳이 인생이 막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습관적으로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자주 하는 것 같다. 쉬운 인생이 어디 있겠나. 다 고통스럽고 고되지. 그러데 살면서 저절로 매일매일 용기가 생기고, 활력과 엔도르핀 이마 구 솟아난다면 이 험한 세상 그래도 폼 나게 살 수 있진 않을까? 그 꿈같은 일은 누가 나에게 절대로 해주지 않는다. 대신 더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긍정의 루틴’이라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남이 아니라 나 스스로와 가장 먼저 긍정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 일상을 환하게 만드는 가장 큰 열쇠가 될 수 있다. 하루하루 습관적으로 하는 보통의 행동에 긍정과 미소를, 환한 웃음을 심어 놓기를. 지금부터 약 2천 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위대함이란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 (Excellence is not an act but a habit). “실없이 틈나는 대로 웃자. 위대한 내 인생이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