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일어나 도망치세요

by 신서윤


연초라는 모험


연초가 되면 원치 않게도 다양한 만남이 생긴다.
새해가 되면 새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피하거나 싫어하는 성격도 아니다. 그래서일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늘 피곤하면서도 묘하게 설렌다.
특히 연초에는 이런 모험이 더 잦아진다.
올해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그 호기심 때문에, 나는 또 한 번 새로운 모험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모험이 바로 시(詩) 합평반 참여였다.


시를 오래 공부했지만, 아직도 시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내가, 시를 써보기 위해 합평반에 덜컥 신청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시 박사과정 수료자’라는 이유로 몇몇 합평반에서 거절당하거나, 심지어 쫓겨난 적도 있었다. 시를 읽기만 했지 써본적이 없어 배우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용히 듣고만 있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모임에 참석했다.


그런데, 신규 멤버라는 이유로 너무 노골적으로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그들의 반응은 딱 하나였다.
‘새로운 사람이 왔네? 너 얼마나 쓰나 한 번 보자.’


그날 저녁, 합평이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한 멤버가 나에게 물었다.
"뭐 하는 사람인가요?"


그 순간,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했던 모양이다.
조용히 듣고만 있으려던 다짐도 잊고, 무심코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내뱉어 버렸다.


말이 끝나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괜히 말했다.
이건 분명 또 다른 선입견과 불필요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테니까.


하지만 뭐 어떤가.
사람을 만난다는 건 결국 모험이다.


같은 듯 다른 사람들


연초의 만남이 늘 그렇듯, 이날도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매번 느끼는 거지만, 아무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도 결국 비슷한 부류가 존재한다.


특히 오늘은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부류를 만나고 말았다.
그야말로 도망치고 싶은 유형.


샘이 많고, 욕심이 많고, 결국엔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자신이 주목받지 못하면 흥미를 잃고 모임을 자연스럽게 멀리하는 경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주목받기 위해 끝까지 버티며 다른 사람을 밀어내는 경우.


어느 쪽이든, 결과는 비슷하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한 사람이 남고, 다른 한 사람은 떠나게 된다.
그 사람이 먼저 흥미를 잃고 사라질지, 아니면 내가 그 분위기에 질려서 발길을 끊게 될지는 나중에야 알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끈기가 좋다.
쉽지 않은 사람들이다.
주목받지 못하면 타인을 깎아내리고, 시기하고, 때로는 뒤에서 모함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과 오래 함께 있어 봤자 남는 것은 불편함뿐이다.
결국엔 스스로 피하게 된다.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 피하는 것.


그날도 그랬다.
연초부터 또 하나의 모험을 했고, 또 한 번 배웠다.
어떤 사람은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가게 마련이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 멀리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그러니, 오늘의 만남도 그냥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겨두기로 한다.
연초니까, 그저 또 하나의 경험을 한 셈 치자.

우리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봤자 나만 피곤하단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