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과 커피

by 신서윤

가끔 나는 직업군인이셨던 시아버님이 잠들어 계신 현충원을 찾는다. 돌아가신 후에도 아버님의 생신이 되면 혼자 미역국을 끓여 보온병에 담아 가곤 했다. 신기하게도 시아버님과 친정엄마의 음력 생신이 같아서, 엄마의 생일이 되면 자연스럽게 아버님도 떠오르기 때문이다.


생전에는 같은 날 겹치는 생일이 탐탁지 않으셨던 시어머니께서 "하필이면 생일이 같냐"며 날 보며 타박 아닌 타박을 하시곤 했지만, 이제 와서 그 하필 덕분에 나는 아버님을 더 자주 기억하고, 이렇게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내 첫 책이 나왔을 때나, 힘든 날, 기쁜 날… 그리고 그리 특별하지 않은 날이라도 어느새 혼자 발걸음이 현충원을 향하고 있다.


그날도 차를 타고 가던 중 근처 호떡 맛집이 떠오른 것이다.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호떡 사갈까?" 물어보고는 가게로 향했다. 줄을 서 있다가 문득 "아, 아버님께도 하나 드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째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불었고, 따뜻한 호떡과 뜨끈한 커피 한 잔이면 아버님께도 잠시나마 온기가 전해질 것 같았다.


현충원은 늘 혼자 가면 길을 헤매곤 한다. 넓은 곳이라 길찾기가 싫지 않다. 오히려 넓은 현충원을 천천히 둘러보며 나름의 산책을 즐긴다. 그렇게 길을 잃고, 다시 찾고, 마침내 아버님 앞에 도착하면, 그 시간이 결국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헤메는 길들 덕분에 아버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 좋은지 모르겠다.


아버님 앞에 호떡과 커피를 내려놓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도 좀 하고, 남편 흉도 살짝 보고, 바라는 것도 털어놓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저 또 올게요."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는 길, 차에 올라 호떡 하나를 꺼내 베어 물었다. 달콤하고 따뜻한 속이 입안에 퍼지자, 문득 아버님도 좋아하셨을까 싶었다.


그때, 라디오에서 어디선가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남편의 핸드폰 컬러링으로 내가 바꿨던 바로 그 노래.
라디오에서 일 년에 한 번 들을까 말까 한 곡인데, 하필이면 바로 그 순간에 흘러나왔다.

마치 "호떡 잘 먹었다." 하고 아버님이 대답해 주시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랬는지, 뜬금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 번 아버님께 말을 전했다.


"맛있으셨다면 좋았을 텐데요. 저 곧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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