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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chungr Jan 21. 2022

후굴 하타, 호흡 그리고 반다

이러다 허리 부러지는 거 아니죠?

제주도에서 후굴 하타 요가를 배운 후 많은 영감과 여운이 남았나 보다. 요즘 열심히 후굴 수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전에도 하타를 배우기는 하였지만 이렇게 후굴을 집중적으로 하는 건 처음인데, 후굴과 하타 두 가지를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아 간다. 


하타는 그동안 했던 것보다 무지하게! 힘든 요가이며, 후굴은 뒤를 볼 수 없기에 두려움, 무서움과 같은 심리적인 면도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호흡을 통해서 자세가 깊어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 숙이는 전굴 자세는 (후굴보다) 무리 없이 행할 수 있어 여러 전굴 자세를 익힐 때도 어려움 없이 배우곤 하였다. 그런데 후굴은 정말 달랐다. 브릿지 자세 휠자세라고도 불리는 우드르바 다누라아사나를 처음 할 때 내 몸이 이렇게 무거웠던가를 되뇌며 겨우겨우 몸을 떠받쳐 올렸다. 가슴과 겨드랑이 암사를 열고 등을 써야 하는 후굴은 내게 큰 도전 과제였다.


제주도에서 수련 중 낙타자세(바닥에 무릎을 대고 서서 허리를 뒤로 젖혀 후굴을 한 뒤 양손으로 양 뒤꿈치를 잡고 고개를 뒤로 젖히는 자세)에서 1분, 3분, 5분 이렇게 시간을 늘려가며 머물렀다. 1분이 1시간 같았고, 1분도 안돼서 숨이 턱턱 막혔다. 올라오고 내려가고 올라오고 내려가고를  계속 반복하며 낙타자세를 수련했는데, 어느 순간 몸에 불필요한 힘 특히 어깨에 긴장이 들어가 있는 게 느껴졌고, 숨을 안 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리고는 내려놓고 숨 쉬어 보기로 하였다. 의식적으로 어깨 긴장을 내려놓고, 깊게 숨 쉬는데 집중하니 마시고 내쉬며 후굴이 점차 깊어졌고 숨 쉬는 것도 이전보다 나아졌다. 놀라웠다. 아쉬탕가를 할 때도, 하타를 할 때도 언제나 호흡과 함께 흘러가고 호흡에 깊어진다고 배웠고 그동안 호흡에 집중하며 수련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즉각적으로 호흡의 효과를 느낀 건 처음이었다.


후굴을 하고 있으면 이러다 내 허리 부러지는 것 아닌가, 다칠 것 같아,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집에 가고 싶다 등 오만가지 생각과 두려움, 아픔, 고통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러한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바라보며 그 자세에 머무는 게 하타요가의 매력인 것 같다. 


그동안 요가와 명상을 각각 수련하면서도 둘이 합쳐진 상태 즉 요가를 하면서도 명상을 하듯이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상태에 있고 싶었는데, 자세에 몰두하거나 잘하려고 하거나 숨이 차다 보니 머리와 마음은 복잡해져만 갔다. 이번에 하타를 하면서 아주 잠깐 그 상태를 느낀 것 같다.


제주도 이후 여러 후굴 자세들을 수련하며, 자세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고 여러 동작들도 도전해보며 뿌듯해하는 나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요가원에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아 이렇게 하다가 다칠 수도 있겠구나.


수업을 듣다 후굴 동작이 나왔고 나름 자신 있게 했는데 선생님께서 '복부의 힘'라고 했다.

그 순간 그동안 형태를 만들고 호흡을 깊게 하며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후굴에서 복부를 아예 안 쓰고 있었던 나를 발견했다.  


오 마이 갓 지금까지 복부 즉 우디아나 반다를 안 쓴 채 깊은 '꺾기'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허리 통증과 부상을 입기 쉬워 정말 조심해야 하는데, 알고 있으면서도 자세를 할 때 왜 다 빼먹고 하고 있었던 것일까.


또 한 번의 충격을 받고 그 이후에 후굴을 할 때 호흡과 반다를  잘하고 있는지 의식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이런 의식이 하타뿐만 아니라 아쉬탕가 수련을 할 때도 이어지고 있다. 호흡과 반다를 잡고 하는 아쉬탕가는 그 깊이가 또 달랐다.


모든 것은 이어지고 연결되어 내게 매번 새로운 과제와 다음 여정을 안내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 모든 것이 융화되어 나를 더 성장시키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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