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임신테스트 방법
고대 이집트는 참 진보적이었다 할 만한 것들이 많다. 흔히들 아는 노예제도가 그렇다. 피라미드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노예들이 사실은 노예가 아니라 노동자 계급이라는 것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들은 상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정한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을 보장받으며 일했다. 이 시기는 한반도에 청동기문화가 막 시작될 시기인데 같은 시기 이집트의 노동제도를 보면 18세기 유럽의 노동자 처우와 비슷하다. 상당히 진보적인 것이다.
이뿐 아니라 5천 년 전 이집트에는 맥주 양조장이 지어졌고, 당시 노동자들이 축제나 게임 등 풍요로운 여가 생활을 즐겼음은 물론 이민족이 파라오가 될 수도 있는 사회였다.
이집트는 다른 나라들과 많이 달랐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성性에 대해 금기시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특히 여성의 생리와 임신, 출산에 대해 상당히 엄중하고 비밀스럽게 여겨왔다. 마음대로 성관계를 할 수 없도록 만든 정조대를 사용하기도 했고 중세시대에는 메노포비아(Menophobia 월경공포증)가 더욱 심해져 생리혈을 더럽게 여겼다. 여성들은 생리혈을 남몰래 흘려보내기 위해 피가 묻어도 상관없는 붉은 드레스를 많이 입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에 비해 고대 로마에서는 생리대에 대한 첫 기록이 기원전 3천 년 전으로 올라간다. 기록에 의하면 파피루스의 속대를 돌돌 말아 생리대로 사용했는데 지금의 탐폰 형태의 생리대를 사용한 것이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파피루스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문화권에서 죄악시하거나 남사스럽게 여겼던 월경도 고대 이집트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또 하나 앞섰던 문명이 임신테스트 방법이다. 이 방법에 대해 설명 들으면 그다지 현대적이지 않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TV속 사극에서 손목에 손가락을 댔을 뿐인데 임신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처럼 미신이나 설에 관한 이야기로 보일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임신테스트 방법은 이렇다. 항아리에 곡식을 담고 거기에 여성이 소변을 본다. 빨리 싹이 트면 임신이고 싹이 트지 않거나 늦게 트면 임신이 아닌 것이다. 태아의 성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면 된다. 두 개의 항아리를 사용했는데 한쪽에는 보리를, 다른 한쪽에는 밀을 담아서 소변을 봤다.
밀 항아리에 먼저 싹이 트면 여자아이, 보리 항아리에 먼저 싹이 트면 남자아이라고 생각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아니, 이렇게 터무니없는 미신 같은 얘기를 왜 하고 있냐고?
이게 너무나 신기하게도 정확성이 70%다.
1963년 연구학자들은 4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카훈 파피루스에 적힌 고대 이집트 임신테스트기 기록에 따라 실험했다. 정확도 실험에서 성별 판별은 별로 의미 있는 정확도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임신 유무는 70% 이상 맞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고대 이집트 임신테스트기의 원리는 무엇일까?
고대의 임신 테스트기는 소변 속의 에스트로겐이 핵심이 된다. 에스트로겐은 생리, 임신 등에 관여하는 호르몬인데 이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높아지는 임신 초기의 소변으로 검사를 하면 종자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싹이 빨리 트게 되는 원리인 것이다.
반면 현대의 임신 테스트기 원리는 임신 후 생기는 융모 성선 자극 호르몬(HCG)에 결합하는 단백질 수용체의 반응을 이용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융모 성선 자극 호르몬이 테스트기의 시약과 결합하여 붉은 줄이 생기는 것이다.
현대의 임신 테스트기는 생명과 화학, 전자 기술까지 동원한 결과물로 95%의 정확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무려 3800년 전의 고대 이집트 임신 테스트기는 간단한 곡물 실험으로도 70% 이상의 정확도를 보여줬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대 이집트 이후로도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잔혹한 테스트들도 있었다.
1920년대에 독일의 과학자들은 임신한 여성의 소변을 동물의 난소에 주입시켰을 때 융모 성선 자극 호르몬이 동물의 난소를 부풀어 오르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를 임신 테스트기처럼 활용하기도 했다. 쥐로 시작해서 토끼까지 테스트를 위해 사용됐고, 난소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배를 갈라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실험을 <토끼 사망>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후에 영국의 한 과학자가 임신한 여성의 소변이 개구리의 배란을 촉진시켜 15시간 내로 알을 낳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동물의 배를 가르지 않고도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정확도는 높았지만 동물들의 희생이 따랐던 이 테스트들은 현대의 임신 테스트기가 나오고 서야 멈출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과학이라는 이름이 어설프게 발전한 20세기보다 고대의 이집트가 더 지혜로워 보이기도 한 에피소드였다.
*정조대
고대 그리스 시대 여자 노예들을 성폭행해 임신하는 것으로 노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성행위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장치. 낭성용, 여성용 모두 있다.
*파피루스
papyrus. 이집트 특산의 카야츠리그사 과의 식물을 자료로 만든 종이와 문서 등을 말한다.
*탐폰
생리 중 질 안으로 삽입하여 생리혈을 흡수하게 만든 생리대
*에스트로겐
임신 유지와 태아를 성장시키는 호르몬으로 자궁과 태반을 발달시키고 유방조직을 성장시킨다. 임신초기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피로감이나 메스꺼움 등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융모 성선 자극 호르몬(HCG)
임신한 포유류의 태반에서 만들어지는 당단백질성 호르몬. 사람의 경우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소변 검사로 임신초기에 진단을 해 볼 수 있다. 메스꺼움 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