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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봄 군대가 인생의 낭비처럼 느껴질 때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by 문돌이

반수는 실패했다. 두 번째 본 수능 성적은 첫 수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 다니는 대학보다 상향지원을 했더니 역시나 모든 대학에서 탈락했다. 애초에 자퇴를 하지 않고 반수를 고려한 게 잘못이었을까?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에 공부를 소홀히 한 건 아닌지 자책을 하게 된다. 물론 이제 와서 자책을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만.


문득 군대에서 수능 공부를 하고 점수가 올랐다는 사례가 생각났다. 예전보다 개인 시간이 많아졌다던데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남는 시간에 공부하면 가능성이 있을지 않을까? 그렇다면 군 복무는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으려나.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신체검사는 1급이 나왔다. 한 때 현역 복무를 피하기 위해 살을 찌우거나 극단적으로 빼볼까 고민도 했지만 점점 기준이 빡빡해져서 이제는 병적인 수준이 아닌 이상 어렵다.


영어 공부도 할 겸 카투사로 군 복무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어 공부를 했다. 카투사는 들어보기만 했지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다가 이제야 알았다. 미군과 같이 근무하면서 대화하다 보면 영어 실력도 많이 늘겠지?

2025-08-07 22 03 55.png 출처: 병무청

여러 영어 시험 중에서 토익이나 토익 스피킹이 가장 무난해 보였다. 처음 본 토익은 600점 대가 나왔고 토익 스피킹은 유형을 달달 암기하고 시험을 세 번이나 본 끝에 원하는 140점을 획득했다. 인생이 나를 외면하는지 추첨으로 선발하는 카투사에 탈락했다. 전역 후 바로 복학할 수 있는 달은 경쟁률이 세다고 해서 다른 달을 선택했음에도 10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 아니었고 추첨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025-08-07 22 04 22.png 출처: 병무청

대학 캠퍼스에서 ROTC 모집 공고를 봤었다. 학교에서 군인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냥 육군으로 가고 싶지는 않아서 어떤 혜택이 있는지 찾아봤다. 장려금으로 1,000만 원 넘는 돈을 주고 방학 때 가는 훈련비도 주고 매달 약 24만 원의 추가 지원금도 있다고 했다.


혜택이 많다고 느끼던 차에 복무기간 항목을 보니 2년 4개월이라 쓰여있었다. 현역으로 입대하면 1년 6개월이면 전역할 수 있는데 무려 10개월이나 차이가 났다. 젊고 찬란한 나이에 18개월을 군대에 있는 것도 내키지 않는데, 10개월을 더 군대에 있어야 한다니.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일반 현역으로 군 입대를 해도 월급이 많이 올랐고, 군인 적금 혜택을 이용하면 돈을 많이 모아서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빨리 전역하고 차라리 10개월 먼저 취업해서 월급을 받는 게 당연히 이득 아닌가?'

그냥 육군 현역으로 입대 신청을 했고 그렇게 나는 가장 원하지 않던 강원도로 배치가 되었다.

sad_man.jpg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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