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대학이 인생의 전부인가요?
대학에 합격했다. 아쉽게도 원하지 않던 학교였지만 말이다. 부모님의 맞벌이로 인해 유치원 때부터 학원에 다녔다. 어릴 때는 태권도와 피아노를 배웠고,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본격적으로 영어 학원과 수학 학원에도 갔다. 딱히 공부에 흥미가 있었던 건 아니다. 부모님은 하나뿐인 자식을 집에 혼자 둘 수는 없다는 방침에 따라 학원 뺑뺑이를 선택했다.
10년 넘게 각종 학원에 다닌 덕분에 공부를 못하지는 않았다. 반에서는 나름 상위권이었지만 전교 등수는 애매했다. 전국 모의고사 등수는 더욱 그랬다. 수시모집은 모두 탈락해서 수능을 준비했고 가, 나, 다군 3곳의 대학 중 안정권으로 쓴 곳에만 합격했다.
"엄마, 나 대학 붙었어."
"어디? 3곳 중에 어디 어디 합격했어?"
휴대전화 너머로 엄마의 긴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서울은 못했고 안정권으로 쓴 수도권 A 대학교만 됐네."
"그래 그동안 고생했어. 오늘 저녁에는 맛있는 거 먹자."
긴장한 목소리는 약간은 실망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제외하고도 무려 12년 동안 학교와 학원 생활을 반복한 결과가 나왔다. 그래도 인서울은 가능할 거로 생각했다. 수능 날 실수한 문제 몇 개가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모의고사 때는 틀려본 적이 없는 문제 유형이라서 방심한 걸까. 인서울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잘 안된다던데 수도권 대학교 졸업장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 이렇게 그냥 안정권 대학교에 입학해도 내 인생은 망하지 않은 걸까?
마음에 들지 않는 대학에 가는 게 과연 정답일까? 차라리 바로 일을 시작해서 돈을 버는 게 남는 장사가 아닐까? 대학교에 들어가면 입학금부터 시작해서 매 학기 등록금을 내야 한다. 교통비도 들고 식비도 필요하고 대학 동기들과 어울리기 위한 돈도 필요하겠지. 어중간한 대학에 다니면서 돈과 시간만 낭비하는 건 아닐지 걱정도 된다.
그나마 예비 번호를 받은 대학교의 합격 조회 페이지를 수시로 접속했다. 여러 대학교에 중복으로 합격한 친구들이 포기하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어봤다. 합격을 기대하기엔 어려운 예비 번호였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렸다. 종교는 없지만 합격만 시켜준다면 어느 종교든 믿고 싶을 정도로 간절한 기도도 해봤다. 그리고 결국 나의 기도는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낙담하는 사이 휴대 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