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돈 모으기 & 진로고민
강원도의 겨울 추위는 매서웠다. 여름이라고 시원한 것도 아니었다. 아니, 겨울에 이 정도로 추울 거면 여름이라도 안 더워야 하는 거 아닌가? 그나마 육군으로 입대해서 군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짧아서 다행이다.
군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벌써 내년이면 전역이냐고 되묻는다. 강원도의 겨울은 하루가 일 년 같아서 지긋지긋한데 친구 놈은 '벌써' 같은 소리나 하고 있다. 갑자기 열이 뻗쳐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군 입대 후 군인 혜택이 많이 늘었다고 해서 미리 찾아봤다. 대표적인 혜택은 장병내일준비적금이다. 국방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매달 적금처럼 돈을 넣으면, 연 5% 수준의 은행이자는 기본이고 원금의 100%만큼 매칭지원금을 준다고 했다. 원금 손실 위험 없이 수익률 100% 적금 상품이라니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2025년 1월부터는 월 납입한도가 40만 원에서 55만 원으로 늘어났다. 2개 은행에 각각 30만 원과 25만 원을 납입하면 된다.
월 55만 원을 모두 납입하면 매칭 지원금을 월 55만 원 x 18개월 = 990만 원이나 받게 된다. 연 5%의 적금이자는 비과세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정리해 보면 18개월 동안 총 990만 원을 납입 시 매칭지원금과 비과세 적금 이자를 합쳐서 2,000만 원이 약간 넘는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거다.
군인 월급이 많이 올라서 2025년 기준 병장은 월 150만 원을 받고 있다.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군 복무 하는 아들에게 따로 용돈을 주고, 군대에서 받는 월급은 모두 저축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이러면 전역할 때 3,000만 원 이상의 돈을 모으는 것도 가능해진다. 우리 집은 부모님에게 따로 용돈을 받을 정도의 여유는 없어서 그냥 적당히 소비하고 장병내일준비적금을 다 채우는데 집중했다.
여유 있는 집 친구들은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도 만든다고 했다. 일반 주택청약통장보다 혜택이 좋다고 한다. 일반 청약통장에다가 청년 혜택이 추가된 거라 단점이 없어서 웬만하면 만드는 걸 생각해 보라 했다. 원래는 국세청에 신고되는 소득이 있어야 가입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군 복무 중인 군인도 가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월 25만 원씩 납입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하지만 월급이 부족해서 가입하면서 딱 1회만 25만 원을 넣어두었다. 매달 한 번씩 돈을 넣는 게 기준이지만 미납회차는 나중에 채워 넣을 수 있다고 한다. 청약통장으로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도 결국은 돈이 있어야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통장이 과연 나한테 의미가 있을까?
어느덧 병장이 되었고 전역까지 단 4개월이란 시간이 남았다. 여전히 시간은 지독하게 흐르지 않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20일만 더 견디면 전역까지 남은 날짜가 100일 미만이 된다. 입대 전에는 분명 남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수능 공부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어쩌다 무용담처럼 들려오는 군 복무 중 수능 대박의 주인공이 내가 되지 않을까라는 헛된 망상도 했었다. 망상은 망상일 뿐 제대로 공부는 하지 않았고 슬슬 결정의 시간이 다가온다.
전역 후 다시 준비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군에 있는 동안 공부를 하지 않아서 머리도 많이 굳어버렸고 다시 공부한다고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거란 확신도 없어졌다. 그냥 복학을 하자니 딱히 관심 있는 전공도 아니라서 고민이 된다.
대학에 가면 하고 싶은 일이 생길 거라던 어른들에게 다시 물어보고 싶다. 대학에 가도 하고 싶은 일 안 생기던데요? 군대 전역할 때가 되어가는데도 하고 싶은 일 없는데요?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왜 나는 아직도 계속 고민을 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