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계속 살아 있으면 좋겠다

by 달꽃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직업의 특권 중 하나는 아마 아이들이 주는 감동과 영감이 아닐까.

순수하고 계산 없이 솔직하며 담백하기까지 한 아이들의 말과 행동으로 나는 내 생에 가장 설레는 순간들을 맞이하고는 한다.


올해 6살이 된 2명의 아이들이 나의 수업을 들으러 온다. 두 아이의 성향은 완전히 반대이다. 한 아이는 굉장히 열정이 넘치고 앞에서 남을 도와주고 이끌어 주고 싶어 하는 친구이며, 다른 한 아이는 굉장히 조용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는 힘이 있는 친구이다. 그래도 내가 본 아이들의 성향으로 아이들의 무한함을 한계 짓는 느낌이 싫어 '열정적인 아이', '조용한 아이'라고 지칭하는 대신 이 글에서는 전자의 아이를 호이, 후자의 아이를 하이라고 지칭하려 한다. 여하튼 이 둘은 너무나도 다르지만 그렇기에 수업하면서는 좋은 상호작용이 이뤄진다. 예를 들면 표현력이 그렇다. 호이는 따뜻한 표현을 잘한다. 감사하다며 나를 안기도 하고 응원한다며 친구의 등을 토닥이며 "힘내. 넌 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따뜻한 말을 들은 하이가 많이 쑥스러워 하며 그저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점차 스스로 "고마워"라고 표현을 하기 시작하였다. 서로 다른 아이들이 서로를 좋아하며 서로의 사랑스러운 점을 닮아가는 모습이 참 예뻤다. 어김없이 이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을 목격하며 수업을 하고 마무리 인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인사를 하기 전 색연필 하나를 주으려고 앉은 내게 하이가 다가와 안고 뽀뽀를 했다.


"우리가 이렇게 헤어질 수 없어요. 우리가 왜 벌써 헤어져야 해요?"


뽀뽀 후 정말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우리가 왜 벌써 헤어져야 하냐며 나에게 묻는 하이를 보고 웃음이 났다. 이에 호이가 "맞아요. 왜 벌써 끝나요?"라며 다가왔다. 이 순간이 앞서 얘기한 내 생에 가장 설레는 순간들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용감해진 하이의 표현력에 놀랐고, 여전히 순수한 마음에 감동받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다음주에 우리가 더 재밌고 신나게 만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있을게. 친구들도 오늘 선생님하고 배운 것들을 일주일 동안 잘 실천하면서 더 멋있는 모습으로 다음 주에 만나볼까?"라고 얘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그러게. 우리 왜 벌써 헤어지니."라며 철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한 아이가 일일 캠프를 왔다. 아이는 낯선 곳에 와서 긴장한 낯빛이 역력하였다. 아이의 긴장을 풀어주는 가벼운 활동으로 시작하여 다양한 활동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점차 풀려 가는 표정 속에서도 나는 이 친구가 굉장히 섬세한 친구임을 느꼈다. 그래서 작은 변화에도 아이는 큰 불편함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이 아이에게 불편한 변수가 되지 않도록 더욱 더 섬세하게 이끌었다.


마칠 때가 되자 아이가 이야기하였다.

"여기 백번 오고 싶어요."

나는 아이의 말을 듣고 너무 기뻐서 "그럼 백번 와도 되지~ 이백 번 와~"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질 수 없다는 듯 "아니에요. 만 번, 무한 번 오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와~ 무한 번? 너무 좋아~ 그런데 그때까지 선생님이 살아있겠지?"

아이와 나 사이에 허물어진 벽으로 우리 사이에 부는 기분 좋은 바람만큼 가벼운 농담이었다. 아이는 정말 까르르하고 웃었다. 아이의 웃음이 정말 소중한데, 이렇게 별거 아닌 나의 말에도 소리 내어 웃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괜시리 참 고맙다.


아이는 캠프가 끝난 후에도 한참을 더 놀다가 이제는 진짜 집에 가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에 아쉬움을 한껏 표현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아직 아이의 웃음이 들리는듯한 교실에 들어와 마무리를 하며 아이가 쓴 느낀 점을 보았다. 어머니 상담으로 인하여 아이가 후기처럼 써놓은 느낀 점은 아이가 간 후에야 볼 수 있었는데, 보자마자 한참을 웃었다.

"선생님이 계속 살아 있으면 좋겠다."


무한 번 오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그때까지 선생님이 살아있을지 모르겠다는 선생님의 아이 같은 대답에 대한 아이의 마음이었다.


이렇게 한 번의 만남도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표현하는 아이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받는다. 아이들의 표현으로 내가 전한 모든 것들이 아이들에게 있어 유의미하다는 것을 확인받을 수 있어서일까.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조금은 더 용감하고 순수하게 표현하고 마음을 전하려고 한다.


'당신이 제게 준 모든 것들이 유의미하며, 당신의 존재 자체도 유의미하고 가치 있답니다. 감사합니다.'의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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