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딱히 누가 보고 싶지 않다.
나는 로봇이나 AI가 아닌데 말이다.
누가 딱히 보고 싶지가 않다는 것이다.
갑자기 불현듯 어쩌면 고장 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말이다.
나는 누가 나에게 "○○아 보고 싶었어. "라고 말하면 흠칫 놀란다.
나는 보고 싶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나를 보고 싶었다고 하면 응대는 해주는데 나는 누가 보고 싶은 적이 없다. 딱히 없다. 왜지? 왜 그러지? 나 이상한가? 생각해 본다.
오늘 누군가 그랬다. 자식이 이혼했는데 그 바람에 손녀를 보지 못해 슬퍼하는 어르신을 보았다. 며느리가 일 년에 한 번을 보여주지 않으니 손녀를 못 보니 슬퍼하시는 모습이다.
그게 당연하다. 당연히 피붙이를 못 보니 보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런데 말이다. 문득 이상했다. 나는 그 정도로 울 정도로 누가 보고 싶지 않다. 이게 정상적인가 싶다.
나는 엄마를 오래도록 그리워했다. 가슴에 사무치도록 오래도록 그리워했다. 그립고 그리워서 가슴이 돌덩이가 되고 그 돌덩이가 깨져서 작은 모래알로 흩어지도록 그리워했다.
이건 기약이 없다. 끝이 없는 일이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소리를 질러도 엄마는 없었다. 아홉 살에도, 열 살에도, 열다섯 살에도, 스므살에도, 서른 살에도 우리 엄마 얼굴을 보지 못했다. 얼굴을 쓰다듬지도 손을 잡지도 못했다. 그리움이 너무 크면, 그 그리움이 평생 충족되지 않아서일까? 나는 누굴 딱히 그리워하지 않는다.
어쩔 땐 감정이 메마른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그저 나로 잘 살아낸다. 그것뿐이다. 이것은 가족들에게 무심한 엄마라는 마음이 들게 한다. 모성애가 없나? 그런 생각도 한다.
나는 누굴 안 보고도 오랫동안 견디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그런가 "너희들 보고 싶으니 와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감정은 그런데... 마음은 그런데...
내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감정과 몸이 따로 노는 고장 난 몸뚱이가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