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편이 늦게 퇴근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비옷을 입었어도 어쩔 수 없이 몸에 빗물이 들어가 힘든 날이다.
남편이 퇴근한 시간에 칠월이가 배고파서 울었다. 나는 남편과 간단하게 인사한 후, 칠월이 분유 주는 것에 몰입했다. 분유를 다 먹은 칠월이와 장난을 치고 놀았다.
평소 같으면 남편이 샤워하는 동안 밥을 차려 놓았을 텐데 칠월이 분유 주고 놀아주느라 잠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 남편 저녁 줘야지.' 뒤늦게 깨닫고 거실로 나가보니 남편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나는 부랴부랴 밥을 퍼서 식탁에 놓았다. 남편이 한마디 한다.
"아니. 남편이 퇴근했는데. 밥도 안 차려 놓고 내가 고양이보다 뒷전이네."한다.
그리고 또 말한다.
"하루종일 비 맞고 일하고 왔는데 고양이보다 못하네."그런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오로지 계속 섭섭함만 토로한다.
남편이 고생한 것은 알지만 고양이를 질투하는 남편이 쫌스럽게 보여 달래주지 않았다.
"내가 밥은 퍼서 줬으니까. 차려 준거잖아."
괜히 약 올리는 말을 하는 나다.
그러다 하루종일 비 맞고 일하고 온 남편의 심정도 알겠어서 나중에는 좋게 말해줬다.
남편은 처음에 고양이 오는 것을 반대했다. 애완동물을 키워보지도 않았고 걱정이 많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온 일주일 동안 칠월이 이름을 딱 한번 불렀었다. 무관심했다.
가족들을 위해 고양이 키우는 것을 허락했는데 마누라도 애들도 칠월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좀 서운한 마음이 들었나 보다.
나는 남편에게 좀 신경을 써줘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누구 하나 불편한 사람이 있는 게 싫다.
나는 밥을 다 먹은 남편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여보. 나는 오로지 당신만 바라보고 있어. 어때?" 하고 부담스럽게 바라봤다. 그러니 남편도 내 모습이 웃겼는지 껄껄 웃는다.
'다행이다.' 기분이 풀린 남편이다.
바로 오늘, 퇴근한 남편이 샤워하러 가지도 않고 칠월이를 부른다. 그리고 거실 복도에 앉더니 칠월이를 부르고 두 손에 올려놓는다.
'세상에!' 남편도 칠월이에게 관심이 생긴 것이다.
원래 남편은 아기를 좋아한다. 그러니 자녀를 넷이나 낳았다. 아마 귀여운 칠월이가 우리 집에 와서 왔다 갔다 쫄쫄 다니니, 그 귀여움에 아마 넘어간(?)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