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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hayn May 09. 2022

역행하는 무질서

예술은 세계의 질서를 새롭게 정의한다.



자연계에서 ‘무질서한 정도(程度)’로 말할 수 있는 엔트로피의 증가는 곧 에너지의 질서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자연계에서 항상 증가하거나 일정하여 절대로 감소하지 않는다. 즉 에너지 전달에는 정해진 방향이 있으며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곧 불가역적이다. 우리의 세계는 그렇게 무질서해진다. 이것은 과학에서 말하는 세계의 작동 방식이다.


예술은 세계의 질서를 새롭게 정의한다. 작가는 새로이 세계를 창조한다. 엔트로피 법칙은 예술의 영역에서 이전의 논리를 상실하고 예술가는 자신의 창조물에 부여한 질서와 규칙에 따라 그의 세계를 조직화한다. 새로운 창조자는 무수히 발산하는 에너지의 흐름을 중단하거나 지연시키고, 때로는 역행시키기까지 하며 그의 창조력을 과시한다.


다음의 두 작품은 그 세계에서 창조되었다.

역행하는 무질서, 차이나타운, 23.95달러 2016


역행하는 무질서, 스패니쉬뱅크, 31.55달러 2016



 작품 이름의 ‘차이나타운’과 ‘스패니쉬 뱅크’는 작품의 주 소재인 폐목재를 구한 장소, 금액은 사용된 조화의 구매가격을 뜻한다. 직선의 평평한 널빤지 형태로 다듬어진 나무는 차이나타운에 버려져 있었는데, 주변에 큰 시장이 있는 만큼 화물용 팔레트로 사용되던 것이라 추측된다. 원래의 모양을 간직한 스패니쉬 뱅크의 나무는 파도에 떠밀려 연안에 버려져있던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무질서하게 방치되어 있던 나무들은 해체되고 다듬어져 다시 조립되었다. 만들어진 나무 조각에는 알록달록한 꽃다발이 놓인다. 어딘가 어색하게 결합된 꽃들은 현지에서 구매한 인공 조화다. 본래적 형상을 흉내 낸 가짜 꽃은 자연계의 질서와 무관하게 그 존재를 드러낸다. 상품의 가격표를 제거하지 않고 명시함으로써 작가에 의한 인위적 인공질서를 강조한다.


이렇게 조각은 자연계의 질서를 가로질러 만들어지고 새로운 공간, <Unpackaged Garden (포장되지 않은 , 그대로의 뜰)>에 배치되었다. 정원, 그곳은 거친 풀이 자라고, 고양이가 태연히 지나가며, 새들이 쉬다 가는, 유기적 환경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곳이다. 대개 사유지 이며 동시에 누구나 힐끗 둘러보고 태연히 밟을 수 있는 땅이다. 가꾸지 않은 뜰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무질서해지기 마련이다. 발산하는 엔트로피의 영역에 작품이 놓임으로써 기존의 질서는 폐기되고 엔트로피는 시작점, 곧 0점으로 수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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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oonhayn.x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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