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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Mar 05. 2023

코로나 이후 첫 결혼식 참석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며...

회사의 직원이 토요일 결혼을 했다. 새로운 부서로 발령받은지 1달만에 결혼식 청첩장을 받았고, 코로나로 인해 거의 모든 경조사를 참석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축의금만 내고 참석을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첫 시작점에 축하를 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인들, 특히 가정을 가진 회사원들은 뭔가 할 일이 일주일 단위로 그물망처럼 채워져있어서 새로운 일을 하려면, 그 전에 시간조정이 필요하다. 나에게도 토요일 오전의 루틴한 스케줄이 있어서, 새로운 스케줄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몇가지 시간변경이 필요했다.


결혼식은 오후 12시로 차로 갈지, 대중교통을 이용할지 고민을 하다가 대중교통으로 결론을 내리고 지하철로 향했다. 최적의 도착시간은 11시 40분이었고, 휴대폰 앱이 보여주는 최적라인을 따라서 시간의 오차없이 당연히 40분까지 도착할 것으로 생각하고 움직였다. 시간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 전철로 이동을 했고, 우리집에서 2번의 환승(9호선, 신분당선)과 20분의 도보가 포함된 거리였다.


1호선의 열차에 탑승하는데는 4분이 빨랐다. 문제없이 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잠시 책을 읽고, 첫번째 환승장으로 갔는데, 9호선 급행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4분빨리 탄 첫번째 열차는 의미가 없어졌다. 9호선 급행을 타는데 코로나로 자가용만 이용하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게 오랜만이다 보니, 주변의 사람 많은 환경이 어찌나 어색하던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내 자리 찾기가 힘들었다.


급행이다보니, 9호선은 빠르게 2번째 환승역으로 이동했고, 내려서 신분당선을 타기 위해서 갈 곳을 찾는데, 어느쪽인지 헷갈려하다가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 엘리베이트를 탔다. 어르신 한분이 느리게 타셔서 엘리베이트가 내려가는게 조금 늦었다. 엘리베이트가 지하로 내려왔을 때, 문이 열리기도 전에 신분당선 내가 타야할 열차가 떠나가고 있었다. 이거 오늘 열차 뒷모습 보는 날인가? 길찾기 앱을 열어서 도착 가능시간을 확인했더니 11시 57분이 나온다. 12시가 식인데....직장 상사도 오신다고 했는데, 조금 빨리 도착하고 싶었는데....


직장동료에게 11시 57분 도착할 것 같다고 했더니, 동료 중의 한명이 자기도 그쯤 도착할 것 같다고 톡이 왔다. 같은 열차에 있었다. 내려서 만나고 같이 뛰었다. 858미터를 2분을 줄이기 위해서 뛰었지만,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11시 57분이었다. 다행히, 신랑은 식장으로 들어가기 전이었고, 동료에게 축하하고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부조를 할 수 있었다. 12시에 직장상사에게 인사하고, 다른 동료들과도 인사를 하고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온몸에 땀이나고, 자리에 앉아서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렇게 살펴보면, 순간순간 선택의 시간이 있었다. 차량을 가져왔으면 이렇게 바쁘지 않았을 텐데, 조금 빨리 나왔으면 안 뛰어도 되었을 텐데, 대중교통을 타기로 결정하기까지 오락가락 했던 것이 출발시간이 늦어지게 된 이유였다. 


대중교통을 타기로 결심한 것은 지금까지 하던 것 말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일주일 내내 다람쥐 챗바퀴돌듯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대중교통을 타본지도 꽤 오래된 것 같았고, 사람들 많은 곳을 지나다니면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생각으로 대중교통을 타기로 출발하기 전에 결정을 했다. 최종적으로는 가고, 식을 구경하고, 돌아오는데 걸린 총 시간이 약 4시간정도였는데, 기억나는 것이 엄청많다. 열차의 뒷모습과 안타까운 감정들, 조급함, 에스컬레이트 말고 계단으로 뛰면서 숨가빴던 기억들 등등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것은 기억할 것들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그 말이 맞다면 오늘 하루는 평소의 하루보다는 훨씬 긴 하루가 된 것 같다.


결혼식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꽃으로 장식된 호텔식 식장도 멋졌고, 예식의 방식도 주례없이 시작하는 것도 특이했고, 예식시간과 식사시간에 암막을 조정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도 새로웠다. 새로운 시작인 결혼식을 위해서 고민하고 준비했을 동료의 고충과 노력도 짐작이 되고, 앞으로의 삶에 축복을 대면해서 전달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던 것 같다. 매번 하는 일상적인 결혼식 참석과는 꽤 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감상들이 기억에 남게 된 것은 내가 결혼식장으로 대중교통을 타고 가겠다는 결심을 했고, 그 결심의 배경이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라고 나에게 인식시켰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된다.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일을 경험할 때, 그 일의 목적을 스스로에게 인식시키는 것은 똑같은 일에서도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석하기로 선택한 것도, 대중교통으로 갔던 것도,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끝나고 나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료는 지금쯤 하와이에서 멋진 신혼여행을 즐기고 있을 텐데, 앞으로 더 많은 행복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반지교환
출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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