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 후 에필로그) 할아버지(와 애니)는 멋졌다
주말에 잠시 동네를 비운 사이,
꽉 채워 이틀이 될까 말까 했던 그 짧은 시간 사이,
대원약국이 문을 닫았다.
Reference. https://brunch.co.kr/@moonjakga/199
어제 오후,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으니
어느새 하루는 끝이 나 있었고,
오늘, 지난 2박 3일의 빡빡한 일정 후 몰려오는 피곤함인지
(혹은 그저 잠이 좋은 내 체질인지)
아침에 늦잠을 자고 오후가 돼서야 성금 성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활이 단조롭다 보니 편안한 만큼 무기력해질 때도,
조금씩 나 자신을 갉아먹게 될 때도 잦은데
지난 며칠 노트북은 아예 집에 둔 채, 핸드폰은 가방에 넣고
스크린이란 스크린은 되도록 멀리한 채 며칠 잘 쉬었으니
다시 작업하기 위해 가방을 챙겨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다.
근데,
작업실(인 카페)로 향하는 길, 평소처럼 약국 간판이 보이자
고개를 살짝 오른쪽으로 돌려 안에 약사 할아버지가 계신가 하고 봤는데
평소와 다르게 약국 안은 깜깜했다.
식사하러 가실 때도 불은 환히 켜두고 가시는데
휴가를 가셨나, 무언가 이상해 가까이 가보니
그 안에 있던, 벽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그 많던 제품들과 약통이
할아버지가 앉아계시던 의자와 그 앞에 긴 카운터와
손님들 앉아계시라고 있던 소파 두 개와
앞에 켜두시고 드라마나 야구게임을 보시던 모니터와
그 모든 게
전부다
사라져 버렸다.
텅텅 빈, 아무것도 없는, 불조차 꺼진 약국 앞에 성큼성큼 다가가
유리 너머로 그 고요함을 지켜보자니
마음이 참 어려웠다.
분명, 몇 주 전 대원약국은 그 자리를 오래오래 지켜달라고
자판을 두드리던 손의 촉감이 기억나는데
마치 그것이 마지막 인사가 되어버린 듯
그렇게 대원약국은 사라져 버렸다.
안약 사러 가야 하는데,
안 그래도 주말 사이에 다 써버려서
돌아오면 안약을 사러 가야지 했는데,
그렇게 뒤로 미루지 말고 조금 일찍 갈 걸, 그때 갈 걸…
잠시 자리를 비운 주말이 아니라 평소와 같은 주말이었더라면
조금씩 짐을 옮기시는 걸 보고 그때라도 들어가서 인사를 했을 텐데…
마지막으로 지나친 지난주 금요일에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고
돌아온 오늘 수요일에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으니
그사이 우리는 인사도 못 한 채 헤어졌다.
감사했습니다.
더 빠르고, 넓고, 새로 지어진 약국들이 이 동네에 하나둘, 여기저기 생긴 후에도
그래도 저는 대원약국이 참 좋았는데
한결같음, 그것이 남아있는 거 같아서.
건강하세요 할아버지.
40년, 50년 이곳에서 보내신 세월 이제 뒤로하시고
남은 여정, 어디서나
늘 편안하게 보내시길.
애니도 안녕.
서울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8 (또는 6, 그 후 에필로그). 할아버지(와 애니)는 멋졌다.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