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과 그립던 곳에서 그래도 다시 한 번 더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만약 2년 전 겨울보다 춥던 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말이야
그때는 숨 한 번 내쉬는 게
가슴에 구멍을 뚫는 듯 얼마나 힘겨웠는지 기억하기에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게 그때만큼 어렵지 않은 지금
돌아갈 수 있다면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있지, 다 지나갈 거야
절대 안 지나갈 거 같은데
결국 다 지나갈 거야
지나갈 거라는 말 자체가 싫을 정도로 절대 안 지나갈 거 같지만
아니, 지나가서는 안 될 것만 같지만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지나갈 거야
너는 옛사람은 보내주라는 친구의 말에
사람 많던 식당에서 눈물을 툭, 하고 떨어뜨리며
옛사람이 되면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속삭이겠지만
멈춰지고 잊히면 안 될 거 같은 시간을 조금씩 흘러가게 두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지나갈 거야
물론, 시간은 오래 걸릴 테지만
그리고, 너를 떠난 사람에게는 너무 많은 가치를 두지 마
너는 아니까, 왜 헤어졌는지, 또 어떻게 헤어졌는지
그 과정과 결말에서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과 네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을
너는 알잖아, 겉으로 보이는 것을 넘어선 그 안에 이야기를
그러니 좋은 사람이었다며 너무 많은 가치를 둘 필요는 없어
그렇게 의미 있는 사람이었다면, 너를 떠나지 않았을 테니까
대신, 너 자신에 대해서는 조금 너그러웠으면 좋겠어
대단한 거거든, 그의 곁에 남았던 것
힘들고 어려운 건 그 사람이나 너나 같았는데
그럼에도 그의 손을 놓지 않았던 것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믿었던 것
너의 것들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 그 사람은 함께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의 아무것도 확실치 않았을 때 너는 그를 믿었으니까
그러니 넌 참 괜찮은 사람인 거야
그래서 이다음에는 너에게도 그 진심을 보여줄 사람을 만났으면 해
또한, 말은 조금 아끼고 신중할 필요가 있어
네가 하는 말뿐만이 아니라
네가 듣는 말에 있어서도, 둘이 함께하는 약속에 있어서도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 약속이지만, 지키지 못해도 흘러가는 것 또한 약속이니까
결국 아무런 힘이 없는 말을 너무 믿지도, 그래서 상처받지도 않았으면 해
순간에 취하는 것은 술에 취하는 것만큼이나 쉽고 헛된 일이니
물론, 시간은 조금 오래 걸릴 거야
그건 나도, 누구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남들이 잊히기 시작했다는 시점을 훌쩍 지나서도
다시 생각나고, 아리고, 멍하게 서 있는 날들이 지속될 테니까
그래서 보고 싶고,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그런 날들이 오래 남을 거야
그 긴 시간 동안 새로운 사람은 나타나지 않겠지만
기존의 인연 중에서 누가 너와 함께 끝까지 울어주는지
찾아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거야
그러니 떠나간 사람의 빈자리에 깊은 슬픔이 덮칠 때도 너무 걱정하지 마
그 공간을 메워줄 더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걸 알게 될 테니
아마, 도시의 공기가 조금 익숙해진 듯싶을 때
하나둘 너를 찾아오는 인연들이 생길 거고
그중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들도
잠시 머무를 듯 멈춰서는 인연들도 있을 거야
그 긴 시간 너를 봐왔으면서도
그 사람은 돌려주고 간 가치를
아주 짧은 순간 너를 봤음에도
발견하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네가 그 자리에 잠잠히 머무르는 동안
조용히 널 기다려주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말도 안 된다구?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걸, 그 시간을
그중 누구와 언제, 어떻게
혹은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곧 만나게 될 누가
잠시 멈춰 서는 것이 아니라 계속 머무르게 될지는
거기까지는 아직 나도 모르겠지만
조금은 익숙해진 도시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고
네가 그리워했던 서울, 네가 기대했던 서울
그곳에서 이어질 이야기를
기대해도 좋을 거 같아
좋은 사람과
그립던 곳에서
그래도
다시
한 번 더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