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천장 위의 케첩자국

지워지지 않는 자국들

by 달항아리

사람들은 묻는다.

“그렇게까지 됐는데 왜 이제야 나왔어요?”

하지만 나에게 그건 ‘이제야’가 아니었다.

오래 참고, 버티고, 끝내는 도망쳐야만 했던 하루였다.


그날, 남편은 케첩을 들고 있었다.

케첩은 시간이 지나면 분리되기도 한다.

조금의 물이 나왔다.

그는 그걸 보고 소리쳤다.

“이게 뭐야? 상했잖아!”

내가 설명하려 했지만,

그는 내 말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쥐고 있던 케첩을 내던졌다.









천장에 붉은 자국이 튀었다.

마치 상처 같았다.

그 자국은 며칠간 닦아도 지워지지 않았다.



천장에 닿지 않는 손을 쭈욱 뻗어 닦는 나의 모습이 너무나도 비참하고 슬펐다.




나는 경찰에 전화했다.

그는 내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았다.

전화하지 못하게 하려고.

그 순간, 나는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건 내 안에서 부서지는 ‘신뢰’였고, ‘희망’이었다.


112에 전화를 걸고 바로 끊어지자

3분 만에 다시 전화가 왔다.

경찰이 무슨 일이냐며 괜찮냐고 재차 물었다.

난 울먹이며 아무 일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을 하면서 나도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 너는 지금 괜찮다고.







그다음 해에 부부싸움은 더 심했다.


말이 통하지 않던 그는 의자를 집어던졌다.

의자가 부서지는 소리보다 더 아팠던 건,

그게 이제 일상처럼 느껴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신고하기 전 집을 뛰쳐나와 여성 보호 쉼터에서 3일을 지냈다.



두 번째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번엔 고소장을 작성했다.

이혼 변호사도 만났다.

변호사는 나에게 전화 한 통이면 언제든 이 서류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계속 되뇌었다.

“내가 돈을 못 벌어서 그랬나?”

“내가 먼저 말해서 그랬나?”

하지만 아니다.

누군가가 폭력을 저지를 어떤 이유도 정당하지 않다.


그는 내게 일을 못 하게 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게 막았고,

내가 그보다 더 벌어올까 봐 불안해했다.

“돈 모으지도 못하면서, 다 너 탓이야.”

그 말이 익숙해진 나는, 점점 내가 정말 쓸모없는 사람인 줄 알게 됐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용기 냈고,

신고했고,

걸어 나왔다.


나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처음으로 내 편이 되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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