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폭력의 시작

아빠에서 남편까지

by 달항아리



아빠는 기분파였다.


그 당시 어린 내가 부당하다 생각할 정도로 아빠는 기분 내키는 대로 때리고 혼냈다.



말로 해도 충분히 알아들었을 텐데….. 내가 왜 그랬는지, 왜 혼이 날 상황을 만들었는지, 나의 이야기는 절대 물어본 적이 없다.


모든 아이들이 혼나고 맞으면서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르다는 걸 알았다.





나는 처음으로 부럽다는 감정을 느꼈다.




여름방학마다 외할아버지 댁에 놀러 오던 다정한 이모부는 우리 아빠였으면 좋겠고 가까운 곳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모부는 친척언니에게 너무나 다정했다. 심지어 나에게도 내 동생들에게도 다정하게 대해주셨다.


이 세상에 다른 아빠들은 이렇게 다정하다고?



친척언니는 언제나 어른들에게 또박또박 말하고 자신의 의견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에 비해 나는 말도 못 하고 항상 눈은 흘기고 부러워하며 지냈다.


입꼬리는 항상 내려가 있으며 어딘가 어두웠다. 잘 웃지 않았다. 즐거운 일이 없어서 웃을 수 없었다.


나의 아빠는 사람들 앞에서 늘 연기를 했다.

좋은 아빠인척 눈가에 주름을 장착하고 항상 크고 소탈한 척 사람들 앞에서 웃었다. 세상 행복한 사람처럼.



이모들은 그것도 모르고 아빠를 무척 좋아했다. 명절마다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아빠를 볼 때마다 구역질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거짓말쟁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집에 가는 차 안에서는 늘 무표정하고 화가 난 모습이었다. 집에 도착하면 말 한마디도 안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빠는 그런 사람이었다.




37살이 된 나는 공황장애 증상을 가지고 있다.

남편이 발소리를 내며 집안을 걷는데 그 소리가 너무 무서워서 심장이 옥죄어오는 듯한 기분이 들고,


호흡과 맥박이 빨라진다.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남편은 전혀 화가 나지 않았는데.. 그냥 평범하게 걷는 것뿐인데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에도 어깨가 움추러들고 쪼그라들었다.


2년 전 남편과 부부싸움을 했을 때 공황 발작을 경험했다.


언성이 높아졌고, 남편이 일방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나도 말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말을 아꼈다.


참아서인지, 언성이 높아서였는지 모르지만 나는 갑자기 과호흡을 했다. 그대로 뒤로 누워버렸다.


옆에 있던 여동생이 따귀를 때리며 숨 쉬라고 정신 차리라고 소리를 지르자 눈을 번쩍 떴다.


아마 성인이 되고 첫 공황 발작이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왼쪽 가슴이 옥죄어오면서 너무 힘들다. 아마 기억을 통해 발작을 일으키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운전 중이었는다.

남편과 대화하던 중(남편은 워낙 목소리가 커서 늘 큰소리로 대화한다.)


순간 공황 발작이 왔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나는 그대로 핸들에 머리를 박고 과호흡을 했다.


운전을 못할 정도로 어지럽고 얼굴에 몇천 마리의 애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 났다. 손은 덜덜 떨리고 등은 굽어져 있었다.


발작하는 모습을 처음 본 남편은 너 원래 이랬냐고 물었다.



갑자기 까맣게 잊고 있던 옛날 기억이 떠올랐다.



아빠가 발차기를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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