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공황장애. PTSD

모아둔 기억들 속 어느 날

by 달항아리



요즘 마음이 자주 무너진다. 겉으론 멀쩡한 척해도 가슴 안에서 갑자기 불안이 치고 올라온다.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을 쉬기조차 어려워지는 순간이 있다. 처음엔 이게 뭔지 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다’는 느낌이 커졌다.


병원을 찾아갔다. 진료실 문을 열 때, 두근거림보다 더 큰 건 ‘혹시 별 일 아니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공황장애일 수 있다”라고 했다.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내가 나약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이, 단지 치료가 필요한 일이라는 게.


약을 처방받고, 몇 번의 상담도 받았다. 처음 약을 먹었을 땐 온몸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덜컥 겁이 나기도 했고, 한편으론 기대가 되기도 했다. 정말 나아질 수 있을까? 나답게 살 수 있을까?


가끔은 아직도 불안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무엇인지 알고, 피하지 않고 이름 붙여줄 수 있다. 나를 아프게 했던 감정들도, 사실은 나를 보호하려고 생긴 것들이란 걸 알게 됐다. 그렇게 조금씩 내 안의 나와 화해하고 있는 중이다.


완전히 괜찮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예전보다 더 단단해졌다. 오늘도 무사히 보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겐 사소할지 몰라도, 나에겐 충분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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