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어디에
쉼터에 도착한 첫날밤,
나는 처음으로 숨을 크게 쉬었다.
숨이 ‘허락된 곳’에서 자는 건 처음이었다.
좁은 방, 새하얀 이불,
창밖에 들려오는 자그마한 벌레 소리조차도
그날은 무섭지 않았다.
나는 도망쳤다.
하지만 그건 도망이 아니라, 내가 나를 지킨 날이었다.
그날, 나는 엄마에게 가장 먼저 갔다.
엄마는 내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걸 알아버렸다.
나는 말없이,
보호 쉼터에 가겠다고 말했다.
그곳에 들어가면 어디 있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모든 연락은 차단된다고 말했다.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쳐야 했기에,
그런데 엄마는 묻지 않았다.
그저 나를 안아줬다.
엄마 옆에 있던, 나보다 키가 훌쩍 커버린 남동생이
꼭 나를 안아줬다.
세상 누구보다 나를 응원해 주는 포옹이었다.
그 품은 따뜻했다.
아주 오래전,
내가 아직 어릴 적,
아빠가 엄마를 때리던 그 밤들 속
엄마는 어디로 숨었을까.
그 생각이 쉼터 이불 안에서 밀려왔다.
나는 나를 지키려고 도망쳤지만,
엄마는…
그땐 어디로도 가지 못했을 것이다.
도망칠 곳이 없었을 것이다.
그 생각에,
쉼터에서의 첫 밤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울었다.
엄마의 팔 안에서
잠시 딸이 아닌
엄마였던 사람의 어린 마음이 느껴졌던 그 순간.
나는 알게 되었다.
이 도망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엄마를 안고 뛰쳐나온 것이었다.
그때의 엄마를.
어디로도 가지 못했던,
그 어린 날의 우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