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고소장

by 달항아리

쉼터에 도착한 첫날,

나는 이불 속에 들어가 천장을 바라봤다.

딱히 뭔가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눈물이 났다.

슬퍼서라기보다는,

‘살았다’는 안도감이 눈물로 나온 것 같았다.


5월이었다.

바람이 불어도 차지 않은 계절.

하지만 쉼터에서는

따뜻한 긴팔과 양말, 속옷, 담요…

정말 많이도 챙겨줬다.

그 모든 것들이 너무 낯설고,

너무 따뜻해서… 또 눈물이 났다.


그곳 사람들은 내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뭐든 하실 수 있어요.”

“지금은 쉬어도 괜찮아요.”

처음이었다. 내가 ‘쉬어도 괜찮다’는 말을 들은 건.

그 말 한마디가,

내가 여태 얼마나 나를 몰아붙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했다.


**


3일째 되는 날, 경찰서를 갔다.

조서를 작성해야 했다.

의자에 앉아 내가 겪은 일을 설명하는데

눈물이 터졌다.

그 말들이 입에서 나오는 게,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경찰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고소가 진행되면, 상대방에게도 내용이 전달됩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그러세요.”


잠시 후, 남편에게 전화가 갔다.

그는 당황한 목소리로,

“바꿔달라”며 애원하듯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

더는 들어줄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찰을 통해 이렇게 전했다.

“내가 집에서 나갈게요. 그러니까 집에 돌아오라고 전해주세요.”


그날부터,

접근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6개월간 만날 수 없고, 전화도 할 수 없다.


휴대폰 스케쥴러에

그 기간을 적는데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살았다는 마음.


집에 들어와 달라는 말에 이긴 기분이 들었다.

집에 가고 싶었다, 그가 없는 집은 천국일 것 같아서..



나는 그 종이를 들고 다시 쉼터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창문 밖 풍경이 전보다 조금 더 선명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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