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애들은 맞으면서 커야 해

폭력

by 달항아리





태어나 두 번째 공황발작은 여동생 앞에서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온 걸까-

화를 못 이기는 것일까…



남편과 나, 여동생과 셋이 대화중이었다.

우리는 금쪽이에 대해 토론 중이었다.


자기 생각을 말하는데 주저 없는 남편은

애들은 맞아서 커야 된다며, 다들 그렇게 큰다고 말했다.



폭력 속에 컸던 우리는

그의 말이 듣고 싶지 않았다.

우리에겐 절망적인 말이었다.


내가 가장 믿고 사랑해야 할 남편이

폭력을 옹호하다니…

생각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나

그걸 말로 꺼낸다는 것은

언젠가 그도 폭력을 정당화할 것이란 거..


남편은 내가 맞으면서 컸다는 고백을

금세 잊어버린 걸까?


어떻게 내 상처를 후벼 파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할까.

그는 상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가장 사랑해야 할 아내의 마음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


그는 나와 여동생에게 잔인하게 소리 지르며 차에서 내렸다.

나는 몸속에 분노가 쌓이고 쌓여 폭발할 거 같았다.

차가 너무 답답해 내리며

한 발자국 걷고 걷는데 숨이 안 쉬어졌다.

그리고 눈이 감겼다.



여동생이 울먹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숨 쉬어!!!!


얼굴을 찰싹 치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언니 정신 차려… 언니 왜 이래…“



나는 이런 기분을 매번 느꼈던 것 같다.


남편과 싸울 때, 대화할 때마다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고, 목부터 등까지 굳어버렸다.

그리고 사람이 비현실적으로 커 보였다.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존중해 주는 말 한마디 전혀 하지 않는 그와 대화할 때면

저기 저 높은 벽 위에 서있는 남편

그 아래 내가 소리치며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까지 이런 기분으로 살아야 할까,

매일 아파야 할까..





대화에 벽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아닌 티브이쇼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초자



한쪽의 의견을 강요하고 한쪽은 지쳐 수긍하고..














너 원래 이렇게 받아들이는 거 잘했잖아?

앞으로도 그렇게 해.

내 말대로 해, 내 말이 맞아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소리 지르고,

너의 잘못을 추궁하고 들춰낼 거야.




이것이 바로 폭력이다.

주먹과 무기를 들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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