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

by 문지음

괜찮다고 웃어 보이자 그녀 돌아서고

하얀 커튼으로 자신을 반쯤 자르고서

당신이 괜찮은 것과 이게 무슨 상관이냐며 화낸다.


당신이 오늘 나를 하나 죽였다며

살인자의 인장을 찍고 나가는 여자는

하얀 커튼으로 자기를 전부 잘라낸 듯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그 끼니에

처음으로 밥알 개수를 세어보았다


한 숟가락에

322알이었다가

260알 정도였다가

200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가


한공기에몇알이었더라?


수십억 개의 세계가 탄생하면

수백수천 억 개의 세계가 죽어야 하는 사실과

60조 개의 세계가 죽게 될 때에, 그제야

당신, 가는 길에 왜 절름거렸는지 알 듯도 하고

숫자는 이제 가질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고


넘긴 밥알을, 위장은 토해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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