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의 문단으로 전하는 짧은 생각 : 열문단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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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무인양품의 전 회장이자 현재 마쓰이 오피스 대표이사이기도 한 '마쓰이 타다미쓰'는 무인양품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비결 중 하나로 '목표의 정갈함'을 내세웠습니다. 이는 단순히 알기 쉬운 목표, 기준이 명확한 목표라기보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끌어야 하는 사람과 그 목표를 받아들이고 실행하는 사람 사이에 오해가 없는 목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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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회사뿐 아니라 목표라는 것이 존재하는 모든 조직 생활에서는 '합의'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리더가 A라는 목표를 세웠다면 조직원도 A를 목표로 받아들이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A-1, A-2...의 목표를 만들어가는 게 가장 기본적인 룰이죠.
물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합니다. 조직원이 B라는 목표를 제안했다면 리더는 이것이 우리 조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판단한 다음 B를 그대로 받아들일지 혹은 C나 D와 같은 새롭게 변형된 목표를 제시할지 결정해야 하죠. 이 과정에서의 이뤄지는 의사결정을 우리는 합의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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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모르겠고 우리는 그냥 탑다운으로 떨어진 일만 합니다'라고 하는 분들 역시 일종의 합의를 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제아무리 '까라면 까' 식으로 부여받은 업무라고 해도 목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니 그 목표 속에 나의 의견이 담겨있지 않더라도, 내가 바라는 방향의 목표가 아니더라도 일단 받아들이고 실행하는데 합의가 된 것은 맞습니다. 비록 좋은 구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제가 설명드리는 케이스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것일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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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준에서 최악의 조직은 스스로 목표를 속여가며 일하는 조직입니다. 선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상황이겠지만 사실 이런 조직은 의외로 곳곳에 존재합니다. 많은 리더들이 실제로 본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면서도 그에 해당하는 선택지 대신 다른 선택지를 고르곤 하니까요. 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걸까 싶지만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품의 성장이나 서비스의 확장 대신 조직의 생존에 초점을 맞춰 목표를 정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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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리더는 물론이고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근본적인 목적을 상실하고 맙니다. 마치 우리가 항해를 떠난 이유는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기 위함인데 어느 순간 항해의 목적이 비바람이 불지 않는 잔잔한 항로를 따라 겉도는 것에 맞춰진 셈이죠. 그리고는 생존 역시 하나의 목표라며 스스로를 자위하는 것으로 목숨을 연명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바다 위에서는 그게 의미 있을지 몰라도 비즈니스에선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공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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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본인이 리더이건 팔로워이건 간에 우리 조직이 어떤 목표를 가지는가 못지않게 어떻게 목표를 세우는가 역시 유심히 지켜봐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가 진짜 우리의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브랜드가 잘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아니면 가혹한 풍파 속에 휘말리지 않으려 요리조리 피하는 모습을 띄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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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타다미쓰 회장의 일화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타다미쓰 회장은 무인양품을 이끌던 시절 보고서가 올라오면 그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다름 아닌 '왜 이 목표여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곤 꼬리에 꼬리를 물며 그 마지막 대답이 오직 무인양품의 발전과 고객의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할 때만 OK 사인을 내렸다고 합니다. 반대로 그 목표를 달성할 방법론에 대해서는 절대 터치하지 않았다고 하죠. 그건 현업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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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직장에서 상사로 만났으면 꽤나 피곤할 수 있을만한 캐릭터지만 저는 이런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 안에서도 그저 목표를 위한 목표, 각자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목표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죠.
한편으로는 개인의 안위와 생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임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이게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결국 조직도 개인도 무너지고 맙니다. 스스로를 속이는 목표는 그래서 무서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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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쯤 올 한 해 동안 무엇을 달성해야 할지 조직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목표가 구체화되는 시즌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시기일수록 이끄는 사람도 따라가는 사람도 서로 속고 속이는 목표를 세울 확률이 매우 커집니다. 진짜 우리가 해야 할 일보다는 '새해'라는 워딩과 '변화'라는 키워드에만 매몰되기 때문이죠. 결국 서로 눈 가리고 아웅하면서 적당히 잘 넘어가기 위한 목표를 세우는 비극이 펼쳐지는 때가 바로 이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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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목표를 하나 세웠다면 거기서 그치지 말고 그 목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왜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묻고 그렇게 얻은 답에 또 한 번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거죠.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그 하나의 목적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은 목표는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만이 우리를 속이지 않고 솔직하게 목표를 세우는 방법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