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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테크를 아시나요?

편편아 앱테크할래? 유튜브 할래?

by 달빛기차

퇴사를 결정하면서, 처음으로 결심한 것이 하나 있다.


번아웃을 핑계로 집에 소홀했다. 몇 년간 묵은 된장의 흰 효모처럼 집안은 먼지가 가득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더 이상 먼지 구덩이에서 살고 싶지는 않았다. 퇴사하면 청소부터 하고, ‘한 달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나무늘보의 마지막 소망인 양, 마음은 열정적으로 몸은 나태하게 잠만 자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필수적인 생활을 위한 [강아지 산책, 웹툰 보기, 책 읽기, 그림 그리기, 밥 먹기] 기초적인 활동은 제외다. 나도 살아야 하니까. 원대할 것도 없는 작은 바람이니, 지키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청소가 끝나기 전까진, 너무나 당연한 진리였다.


우리 집은 10년 묵은 된장이라도 띄운 듯, 퀴퀴한 냄새와 먼지들로 가득했다. 더러운 집을 치우는데 꼬박 2주가 소요됐다. 날쌘돌이 청설모처럼 부지런히 움직였다면, 이틀이면 끝났을 일이었다. 하지만, 나무늘보를 선언한 나로서는 2주도 빨랐다. 내게 남는 것은 시간이요, 없는 것은 에너지이므로. 간간이 에너지 충전을 하면서 청소를 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배터리 수명이 다해서, 에너지 효율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특히 정신 에너지는 늘 완충이 불가했다. 결국 5% 남기고 문제가 생겼다. 늘 깜박이던 정신 에너지가, 청소가 끝나자 방전되어 버린 것이다.


@CapCut생성

덕분에 소파와 혼연일체 되어, 뒹굴뒹굴했다. 세상 불필요한 사람처럼.

좌로 뒹굴, 우로 뒹굴, 뒹구르르.

그러다 ‘흐합-흐으합-흐합-‘잠들기를 며칠. 몸은 점점 소파와 동화되어, 허리를 내어주고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 바로 카멜레온의 보호색. 누구도 내가 소파에 누워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했다.


‘역시 퇴사자 최고!’

외치는 마음과 다르게, 습관이 위험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능력이 고도화되면, 내가 얻은 카멜레온 능력이 내 안의 나무늘보를 위험하게 만들 것이다. 능력과 치환된 허리는 퇴화되어 사라지고, 보호색으로 치장한 나무늘보는 소파에 동화되어 사라질지도 모른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래도 나무늘보는 일어나기를 거부했다. 차라리 소파와 동화되리.



그때 ‘앱테크’라는 것을 알게 됐다.

걷기만 해도 돈을 주는 앱이라니!! 이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게임만 해도 돈을 주다니!!! 이것도 들어는 봤다.

그런데 영상이나 광고를 보면 돈을 주다니!!! 이건 몰랐다.


@CapCut생성

소파에 누워서 돈을 벌 수 있다니, 신세계였다. 일어나길 거부하는 나무늘보의 마음도 달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왜 회사 다닐 때 이것을 몰랐나 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당장 앱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하면 돈을 주는 앱부터 걷기, 광고 보기 등 하나 둘 설치하다 보니, 계속 다른 앱을 알려준다. 앱테크도 알고리즘이 있다.

1원 광고의 알고리즘 버스를 타고, 더 많은 앱테크 앱들을 유람했다. 유혹적으로 손을 흔드는 앱들을 모두 설치하는 순간, 나는 나의 다짐들과 서서히 멀어졌다.


나의 다짐들과 서서히 멀어졌다.


@CapCut생성

아침 일찍 일어나면 눈곱도 때기 전에, 핸드폰에 지문을 꾸-욱 인식시킨다. 그러면 ‘앱테크’로의 출근이 완료된다.

우선 9시 전까지 앱의 출석체크를 완료하고, 간간이 광고를 시청한다.

15초~60초의 광고를 그냥 넘길 수 없기 때문에, 광고 시간에는 웹툰과 웹소설을 즐겨준다.

루틴 한 광고를 모두 시청했으면, 다음에는 새로 생긴 광고를 찾아서 클릭하면 1원을 번다.

틈틈이 게임 레벨업으로 2원도 벌어본다. 운이 좋으면 12원을 주기도 한다. Lucky!

그렇게 몇 백 원을 모으다 보면, 점심 출석 시간이 다가온다. 바쁘다, 바빠!

타이밍을 놓치면 선착순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웬만한 청설모 보다 바쁘게, 숨 가쁘게 ‘클릭, 클릭, 클릭’.

출석체크를 하고, 광고를 보고, 게임을 하고, 웹툰과 웹소설 무료 보기도 클릭해 둔다. 돈을 버는 것만큼 쓰지 않는 행운도 챙겨야 하니까. 물론 좋아하는 작품엔 무한 투자를! 유료와 무료 사이의 적정한 줄타기를 즐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만보 걷기! 이 녀석도 포인트가 쏠쏠함으로 놓칠 수 없다.

산책을 겸하여 강아지와 함께하는 만보, 맘보! 나는 만보, 녀석은 맘보!

마지막 쉬야 산책을 끝으로 하루가 끝난다.


회사원보다 더 규칙적인 사회인의 스케줄이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청설모가 되어버린 나무늘보는 한 달간 이 스케줄로 10만 원을 벌었다.


“오! 불로소득”

인 줄 알았지만 생각해 보면 내 시간을 내어주고 번 소득이었다.

가치로 따지면? 하루에 꼬박 몇 시간씩 광고 클릭해서 번 금액이니, 손해 막심이다. 최저 시급도 안 나온다.

요령이 없었을지도. 앱테크 잘하는 사람은 아주 적은 시간 투자로도 수익이 좋은 듯하니.


하지만 재미있었다. 신기한 광고도 많았고, 틱톡도 처음 봤다. 그리고 무엇보다 1원이 주는 기쁨을 처음 느껴봤다. 만원에 무감해지고, 십만 원을 쓰면 조금 신경 쓰이다가, 백만 원쯤 써야 심장이 쿵광거리는 소비생활에서. 1원이라니. 땅에 떨어져도… 쉽게 줍지 않게되던 금액 아니던가?

“그까이거~”라고 무시하던 적은 금액의 소중함과 티끌 모아 태산을 몸소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직 벗지 못한 회사원의 잔재와 퇴사자의 불안을 확실히 느낀 사건이었다. 괜찮은 척했지만, 인정해야 한다. 수입이 없는 백수의 불안정함을.

퇴사를 결정하면서 가장 고민이 됐던 부분이 생계였다. 일정한 수입을 포기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니까. 아주 긴 고민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몸에 묻은 분진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산 입에 거미줄 칠 수 있으니까. 그래도, 그러함에도 퇴사가 답이었다. 그러니 후회는 없다.

대신 늘 기도한다.


“편편아 물지 마라, 네 보호자 돈 없다.”

세상에 유일하게 나만 무는 우리 편편이, 오늘은 기분이 좋길 바라며. 병원비는 비싸니까.

“편편아 땍! 다리 들지 마! 너 슬개골 2기야! 수술비 없다!!!”

반가운 사람에게는 자기도 사람인 양, 앞다리 들고 반기는 편편이. 수술비가 없으면 당장 ‘백수’ 때려치우고 취업 시장으로 뛰쳐나가겠지만, 아직은 쉬고 싶으니까.

녀석을 달래며, 앱테크 앱을 하나 둘 삭제했다.

배움이 끝났으면 정리하는 것이 학생의 자세이므로.


“그런데 혹시 더 쉽고 편한 앱테크는 없나요?”

작은 불로소득에 미련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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