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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주 변호사 Jan 28. 2024

2024. 1. 28. 어느날의 일기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채워줄 사람. 


오래도록 나의 삶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왔다. 어쩌면 세상에 던져진 그 시점 이후부터 나는 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하지만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나의 삶에서 가장 필요하고 빛나는 것을 찾기에는 나의 눈이 너무 어두웠던 까닭이다. 


선택 없이 태어나기를 강요당하는 상황이기에. 또 삶에 내던져진 그 이후부터는 타인의 기대와 역할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기에 급급하므로 당연히 필요한 것들을 잘 알 수 없다. 그 정도의 객관화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지난여름, 찬란했던 날들을 기억한다. 무척 더웠거나 생각보다 서늘한 날들이 이어지던 때였지만 나는 즐거웠다. 열심히 일에 몰입했고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타인에게 이해를 바라는 것은 점차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내 삶의 국면은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전의 삶이 무척 개인적이고 충만했다면 앞으로의 삶은 더 이상의 개인성(個人性)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나에게 사회화(社會化)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한참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이제서야 타인과 어느 정도의 상호작용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관계에서 나는 그 이전까지 '필요에 의한 것'이란 지극히 당연한 인간관계의 기본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사회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의 관계는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나 역시 필요에 의해 사람을 만나고 그 이상의 관계를 맺는 것이 불필요하거나 부담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뜸과 동시에 시간이 갈수록 그 이전에 몸담고 있던 나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더욱 커졌다. 빛이 찬란하게 비치면 그만큼 그림자와 같은 어둠이 따라붙듯이, 마음속에는 빈 공간이 생겼고 그것은 암흑처럼 소용돌이쳤다. 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왔고,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내어주면서 동시에 내가 가진 빛들을 가져갔다. 어떤 이는 조금, 또 어떤 이는 아주 많이 가져갔다. 그것이 바로 이 세계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사회화되어 있는 내 뒤의 개인적인 나는,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쌓아나갔지만 마음의 빈 공간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 이물과 같이 나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나는 종종 깊게 잠이 들었다. 긴 잠 끝에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꿈에서 깨어나기 직전, 나는 늘 마지막 힘을 짜내어 너의 이름을 불렀다. 


지금 나는 무척 지쳐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한계가 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오롯이 나를 채워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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