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를 잃은 어딘가,

by 정현주 변호사


많은 시간들이 지나갔다.

오랫동안 과거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사랑의 기쁨도, 사랑을 잃은 슬픔도 그토록 가슴 뛰던 열정도 모두 지나갔다.


이곳은 색채를 잃은 세계다.


과거의 망령은 색채를 남김없이 앗아가 버렸다. 생명의 빛까지 함께 전부 가져갔다.


나에게는 이제 바스락거리는 가을낙엽과도 같은 메마르고 차가운 것들과

오래전 남은 타다 버린 재를 바라보는 회색빛의 숨죽인 시간들이 남았을 뿐이다.


나는 이제, 색채를 잃은 어딘가에 혼자 남아

하염없이 무의미한 여운을 가진 채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나 또한 색채를 함께 잃어가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잃고 나서야 왜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들을 잘 알지 못했고, 또 그것들이 의미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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